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나서고 있다.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20일 국내 기관의 기후변화 대응 의식을 높이고 환경정보 공개 확대를 위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전담협의체(TCFD)’ 서포터스에 가입했다고 밝혔다.TCFD는 기후변화 관련 정보공개 방안 마련을 목적으로 2015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협의체인 금융안정위원회(FSB) 주도로 설립됐다. 현재 세계 78개국 1900여 개 기업과 단체가, 국내에선 환경부 한국거래소 등 34개사가 가입한 상태다. TCFD는 지배구조, 경영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설정 등 네 가지 영역에서 관련 지침을 담고 있다.KB자산운용은 ESG 운용위원회도 신설했다. 이현승 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한화자산운용 역시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ESG위원회는 △ESG 경영 전략 및 정책 수립 △ESG 경영 관련 규정의 제·개정 △ESG 관련 외부 이니셔티브 참가 △활동보고서 발간 등 ESG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추진 현황과 결과를 보고받아 ESG 경영 활동을 이끈다.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법률자문을 넘어 종합 컨설팅 서비스 회사로….’로펌들이 진화하고 있다. 기업 법률자문 영역을 넘어 경영 전반에 대해 조언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종합 컨설팅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새 경영화두로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선제적·종합적 시스템 구축도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도 크다. 이처럼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발맞춰 로펌들도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생존할 수 있다. ‘사후약방문’보다 사전대응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로펌들도 경제연구소를 세우고 입법전략자문팀을 구성하는 등 이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업 ‘통과의례’ 된 ESG…컨설팅 수요 급증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ESG는 올해 최대 이슈로 다가왔다. 해외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의 외국 투자자들은 ESG를 근거로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투자자의 ESG 요구를 받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의 공급사들에도 ESG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한국거래소가 올해 1월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ESG보고서 등을 통해 ESG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한국에서도 곧 ESG 공시를 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에 김앤장은 물론 태평양, 광장, 율촌, 세종, 화우, 지평, 바른, 충정 등 중대형 로펌들은 앞다퉈 ESG 전문팀을 신설하고 기업 컨설팅에 나섰다. 정진수 화우 대표변호사는 “단순히 법률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고민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며 “ESG 부문은 광범위하고 다소 추상적인 개념도 있는 만큼 선제적 컨설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용석 광장 대표변호사는 “ESG를 깊이 있게 이해해야 효과적이고 종합적인 컨설팅이 가능하다”며 “환경, 에너지 등 각 분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전문가들을 적극 영입해 이에 대한 역량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ESG 전담팀을 만들어 기업들에 조언해주는 회사는 로펌뿐만이 아니다. 삼정KPMG와 삼일회계법인 등 회계법인들도 일찌감치 전담 조직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로펌과 회계법인, 컨설팅 전문업체들이 ‘성역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환경…‘예측’이 핵심 경쟁력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경기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는 여전한 가운데 기업들의 경영 보폭은 커지고 있다. 특히 신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기업이 늘면서 로펌들도 이에 대한 예측과 분석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핀테크산업의 발전 방향과 관련 규제들, AI와 관련된 신산업과 그에 따른 정부의 규제들도 관찰해야 한다. 헬스케어 부문도 앞으로 원격진료 등 IT산업과 접목되면서 산업구조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새로 등장하는 산업과 관련된 부문들을 융합해 서비스를 구성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로펌들도 다차원적 분석을 해야 한다. 강석훈 율촌 대표변호사는 “모빌리티, ICT 산업 등 매년 글로벌 기업 트렌드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앞서가기 위한 로펌들 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산업 등장에 따른 전문가 영입 경쟁도 치열하다. 해당 산업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없다면 종합적인 컨설팅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글로벌 정치·경제 변화에도 민감하게 대응한다. 박균제 충정 대표변호사는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은 ‘G1’ 지위를 놓고 미국과 무역분쟁을 불사하는 등 영향력을 키워왔다.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확장세가 잠시 주춤해있을 뿐이라는 게 박 대표의 판단이다. 충정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금란 중국 변호사를 영입, 중국업무전문팀을 구성했다. 중국업무전문팀은 상호 기업 간 투자, 국제거래 분쟁 해결, 형사변호 등에서 심도 있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로펌 내 ‘경제연구소’도 등장했다. 태평양은 지난달 ‘법경제학센터’를 열었다.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에서 10년 이상 경제분석전문가로 활동한 신동준 센터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서동우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 간 융복합이 복잡해짐에 따라 경제 현상과 정책을 심도 있게 분석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센터의 분석 및 예측 자료를 토대로 맞춤형 해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장도 캐피털경제컨설팅그룹(CECG)을 운영 중이다. ○기업 규제 대응도 선제적으로중대재해처벌법, 집단소송법안,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다양한 기업규제 법령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과 관련된 전문가는 이미 ‘귀한 몸’이 됐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고경영자(CEO)가 징역까지 살 수 있고 법인 벌금, 징벌적 손해배상책임, 작업 중지 등과 같은 조치를 받게 된다. 기업 경영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기업들의 로펌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율촌은 최근 박영만 전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담당 국장을 영입했다. 박 전 국장은 의사 출신 변호사로, 의료와 산업안전 등이 복잡하게 얽힌 산재 부문 전문가로 손꼽힌다. 중대재해법은 사후 조치보다 사전 대응이 중요한 만큼 이와 같은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는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국내에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A기업 경영진이 최근 김앤장 법률사무소 문을 두드렸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하다”는 이유에서다.김앤장은 ESG그룹을 통해 해당 산업에 적합한 ESG 요구 사항들을 분석했다. 이후 환경, 인사노무, 지배구조, 준법경영 등 분야별 변호사 및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해 A기업에 필요한 ESG 역량 강화 방안 자문에 나섰다.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작년 출범한 ESG그룹을 통해 산업계 ESG 이슈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ESG가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로 자리를 잡은 만큼 이에 대한 역량 집중에 나선 것이다. 김앤장에서 ESG그룹을 이끌고 있는 노경식 변호사(사법연수원 19기)는 “ESG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기업의 눈높이를 글로벌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의 기준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객사에 정확한 ESG 기준뿐 아니라 이에 대한 해법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ESG그룹은 40여 명 규모의 변호사와 전문가들이 하나의 태스크포스팀이 돼 움직이고 있다. 기존의 환경·산업안전보건팀, 부패방지 준법경영팀, 기업지배구조·경영권분쟁팀, 인사노무팀, 차별 및 괴롭힘 대응팀, 기업인수·합병팀, 프라이버시 정보보호팀, 공정거래팀, 금융규제컴플라이언스팀 및 파이낸싱팀을 ESG로 연결했다.또한 KPMG 기후변화 및 지속가능성부문 아시아태평양 대표와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 이사를 역임한 김성우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한국경제연구원에서 각각 기업연구실장과 거시연구실장을 지낸 신석훈, 변양규 전문위원, 한국거래소 출신인 김영춘 전문위원 등의 전문가도 있다. 이와 함께 △이윤정 황형준 전인환 변호사(환경) △권순하 이준국 변호사(산업안전보건) △김기영 박정택 변호사(인사노무) △김현주 김대영 변호사(인권차별) △김진환 변호사(개인정보보호) △조현덕 김혜성 이학진 오민영 변호사(지배구조) △안보용 이수경 이영민 변호사(M&A) △강한철 강인제 박종국 전종원 변호사(준법경영) △전기홍 고태혁 변호사(공정거래) △김세연 김성중 김혜성 변호사(국제중재·분쟁)를 포함한 ESG 유관 각 팀의 전문 변호사와 전문가들이 실무를 맡고 있다.김앤장 ESG그룹은 실제로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즉각 적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한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고, 이해관계자 간 관계의 민감한 부분까지 고려해 구조적 측면에서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또한 ESG그룹은 개별 프로젝트별로 관련된 분야 및 이슈의 전문가를 선정해 최적화된 전담팀을 구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추상적이고 모호할 수 있는 ESG 관련 문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자문 및 솔루션을 제공한다.산업·기업별 특징에 맞는 ESG 이니셔티브(ESG 기준)에 대한 정확한 파악 및 ESG 실사를 진행한다. 고객사별 최적의 ESG 시스템 구축을 돕고, 구축된 시스템의 실질적 작동을 위한 모니터링 기능도 마련한다.김앤장 ESG그룹은 지금까지 ESG 기준 관련 사모펀드 자문과 ESG 관련 지배구조 구축 자문, 기업 인수합병 관련 ESG 종합 실사 등을 진행해왔다. ESG 채권 등 금융상품 및 금융규제 관련 자문과 ESG 구조화 채권 프로그램 설정 관련 자문 등도 수행했다.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