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10분 정도 (정인이를) 차에 뒀다고 말했는데 사실 더 둔 것 같아. 차량 블랙박스가 언제까지 저장되는지, 영상이 남아있는지 확인해 줘요."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가 경찰에 거짓 진술을 하고 남편을 통해 증거가 남아있는지 확인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심리로 열린 공판 기일에서 검찰은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 대화에서 장 씨는 "경찰에 10분 정도 (아이를) 차에 뒀다고 말했는데 사실 더 둔 것 같다"며 "차량 블랙박스가 언제까지 저장되는지, 영상이 남아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남편 안 씨에게 부탁했다.

장 씨는 블랙박스에 영상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행이다"라며 "이게 무슨 고생이냐. 신고한 X이 누구냐"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같은 정황은 지난 1월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장 씨는 자신의 방치를 학대한 것과 관련해 지인에게 "안 그래도 양천 경찰서에 지인 있는데 누가 신고했는지 알려줄 수 있대. 찾아내서 무고죄로 신고할 거야"라고 말했다.

한참 후 이어진 메시지는 소름끼쳤다.

"왜 그랬어요?"
정인이 차량 방치를 신고한 2차 신고자인 지인에 따르면 경찰 측이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비밀유지 의무를 저버리고 신고자를 장 씨에게 알려줬다는 의혹 제기가 가능하다.

한편 공판에서 장 씨 측은 "피고인은 입양 초기까지 아이에게 애정이 있었다"며 직접 작성한 육아일기를 증거로 제출했다. 일기에는 '아이가 점차 마음을 열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입양 절차가 마무리되고 정식으로 아이와 가족이 되어 감사하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정빈 가천의대 석좌교수는 정인이가 발이나 손을 통해 가해진 강한 외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이 교수는 "팔을 들고 옆구리를 각목 등으로 가격하거나, 팔을 비틀어 부러뜨린 듯한 상처도 발견됐다"며 "절단된 췌장 역시 사망 당일 이전에도 손상을 입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일어나려면 주먹을 뒤로 뺐다가 힘껏 내지르거나 손바닥을 높게 들었다가 강하게 내리쳐야 하는데 장씨가 유방 수술 등으로 팔을 사용하는 데 제약이 있어 발로 밟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바라봤다.

구체적으로 "(장씨가) 소파에서 두 발로 뛰어내려 (정인양을) 밟았으면 본인 몸무게에 중력까지 더해져 (정인양의) 피부나 근육에 흔적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게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한쪽 발을 바닥에 고정하고) 밟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정인이 양모는 정인이가 울지 않는 아이라고 했는데 아파서 울지 못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판에는 이전에 등장하지 않았던 증언들이 나오면서 선고까지 6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