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열기가 뜨겁다. 지난 겨울 비트코인에 투자하여 10억을 벌었다는 선영의 친구 미진이의 남편이 우리 부부를 초대하여 최고급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저녁을 먹은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금융권에 다니는 친구의 권유로 비트코인에 막 투자한 직후였는데, 정부의 규제 발표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여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었다. 저녁식사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당신은 비트코인 투자도 안하고 뭐했어?’라는 선영의 말에 나는 그만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여 손해가 이만저만 아닌데 선영이 그런 말을 하여 속을 더 뒤집어 놓았으니 말이다. 선영은 미진이가 마냥 부럽다고 하였다. 그 말에 더욱 화가 나서 작년 재작년에 하루에 커피 한잔만 줄였어도 비트코인을 엄청 구입했겠다고 비아냥거리고 말았다. 우리의 대화는 비트코인 가격처럼 계속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할 무렵 나는 선영에게 비트코인에 대해 공부해 보자고 하였다.

비트코인은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가 발표한 “비트코인: P2P 전자화폐시스템‘ 논문에 기초하고 있다. 이 논문의 핵심은 P2P 전자거래 및 상호작용, 금융기관의 필요성 상실, 암호학적 증명으로 중앙의 신용기관 대체, 중앙 기관 개입 없이 분산된 네트워크 자체가 신뢰 인증 해결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데, 블록체인은 공개적으로 열람 가능한 분산원장을 유지하는 백엔드 데이터베이스라고 기술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일련의 거래정보를 P2P 네트워크에 분산하여 공개장부에 기록보관하고 새로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그때마다 공동분산원장에 기록·보관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이러한 블록체인의 운영과 보안을 책임져 주는 경제적 대용물로써, 일종의 토큰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거래 검증에 성공한 채굴자에게 보상을 수여하는 것으로 생산 역할을 하는 동시에 스마트 계약을 구동하는 대가로 일정한 수수료를 지불하는 소비의 역할도 한다. 그 결과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유통되는 가치의 단위로서의 토큰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2009년 도입 초기에는 10분당 50개의 속도로 생성되도록 설계되었지만 매 4년마다 새로운 통화량 공급은 줄어들도록 설계되어 2140년까지 총 2,100만개의 비트코인이 유통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임의적인 통화량 조절을 원칙적으로 차단함으로써 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유발을 억제하고 비트코인 관련 경제규모가 상승하는 경우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발생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다. 나아가 비트코인이 확산될수록 초기 비트코인 사용자가 그 이익을 다 분배받는 구조인바 다단계 판매 구조와 유사하게 운영될 수도 있다. 아울러 비트코인은 자금세탁, 조세회피, 테러자금 지원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지난 겨울 북한 해커들이 대북 경제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외화벌이 차원에서 우리 비트코인 거래소 시장을 해킹 공격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법적 지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우리 민법 제98조는 ‘본 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고 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유체물도 아니고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은 더욱더 아니기 때문에 물건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을 화폐인가? 한국은행법 제47조는 ‘화폐의 발행권은 한국은행만이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8조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통화는 법화(法貨)로서의 가치를 가지며 모든 거래에서 무제한 통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외환거래법 제3조 제1호는 ‘내국통화’란 대한민국의 법정통화인 원화(貨)를 말한다고 하고 있고 제2호는 ‘외국통화’란 내국통화 외의 통화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금전적 가치를 전자적 형태로 저장하여 지급결제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발권한 것도 아니고 다른 국가의 통화로 인정된 것이 아니므로 우리 법상 화폐라고 인정하기 곤란하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은 법률상 근거가 없으며 정부나 중앙은행으로부터 발행되지 않는바 그 가치와 지급이 보장되지 않고, 현금과의 교환은 가능하지만 가격변동성이 매우 크고 정부가 지급을 담보하거나 강제통용력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므로 화폐로 인정될 수 없다. 그러므로 비트코인 등을 가상화폐라고 부르는 것은, 공적 신뢰가 가능하고 국제적으로 안정적인 가치 산정이 가능한 법정 통화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바, 지양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비트코인의 재산적 가치 상승을 예상하여 구매와 채굴을 통해 보유하고자 하고 있으며, 외환 송금 등에서 실제 지급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 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1호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물건 및 권리를 재화라고 정의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제시하면 이를 인정하는 가입자 등이 다른 물건이나 현금으로 교환해 주거나 그에 상응한다고 생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주는바, 재산적 가치를 지는 권리로서 재화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제11호는 전자자금이체, 직불전자지급수단, 선불전자지급수단, 전자화폐, 신용카드, 전자채권 그밖에 전자적 방법에 따른 지급수단을 ‘전자지급수단’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바, 비트코인은 그밖에 전자적 방법에 따른 지급수단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비트코인은 재화적 성격을 갖는 지급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행 법 상 등록을 하지 않고 비트코인을 매개로 해외송금업을 하는 경우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으며, 인허가를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비트코인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더구나 지난 겨울 비트코인에 대한, 소위 ‘묻지 마’ 투자 열풍이 불자, 정부는 가상화폐 관련 금융회사의 행위 재한,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자금세탁 방지의무 강화, 관계부처 합동 불법행위 엄단 등의 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정부 대책에 대하여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격하게 반대하고 있다.

결국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여부는 기존 통화 체제에 대한 사적 지불수단인 비트코인의 도전에 대한 끊임없는 응전이 될 것이다. 이는 마치 가톨릭 교회가 지배하여 온 그리스도교 체제에 개신교가 등장하여 전쟁까지 불사하며 처절하게 투쟁한 종교개혁의 양상과 매우 유사하다. 기존 통화체제는 가톨릭 교회와 같이 자체 개선을 통해 굳건하게 그 지배력을 유지할 것이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개신교처럼 이더리움, 리플 등 새로운 가상화폐의 등장으로 지속적으로 분화되면서 발전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보면서 나와 선영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금융기관 및 정부에 대한 신뢰의 붕괴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기초하여 개인 간의 무한 신뢰에 바탕을 두고 비트코인과 같은 지급결제 수단의 분산화를 이끌어 냈다. 나카모토 사토시가 2008년에 비트코인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것은 단순한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컴퓨터를 개발하여 국가의 간섭을 철저히 배제하고 컴퓨터 안에서의 무한히 자유로운 세상을 꿈꿔 왔던 무정부주의적 이상 사회를 기술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3D 프린팅을 통한 생산수단의 개인화, 태양열 판넬로 무장한 에너지 생산의 개인화, SNS를 통한 언론의 개인화는 물론 이제 비트코인을 앞세운 지급결제 수단의 개인화 시대에까지 이른 것이다.

결국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여부는 무정부주의자들과 국가역할론 옹호자들 사이의 투쟁으로 귀착될 것으로 보인다. 무정부주의자들은 시민의 기본권 보호, 공정한 시장경제 작동의 감시, 건전한 조세제도를 통한 복지사회의 유지와 지원,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국가와 사회의 보호 등을 감소시켜야 할 중개비용이나 거래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로 생산수단, 에너지, 언론, 지급결제수단까지 모두 분산화시켜 개인에게 맡기는 경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들 수단을 선점한 사람들에게 그 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면(마치 비트코인 초기 보유자들이 예상치 못한 이익을 받은 것이 나중에 참여한 사람들의 비용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듯이)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새로운 갈등과 대립에 따른 사회적 비용 또한 막대하게 지급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에 의한 안전보장을 불신하여 무력수단의 개인화로서 총기소유를 합법화하고 있는 미국에서 총기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무수히 지불하고 있음을 통하여 확실히 알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에 따른 무정부주의 수용의 확산 현상은, 오히려 새로운 국가적 위협을 창출할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기본권 보호, 복지국가 실현, 공정한 시장경제의 운영, 국가안전보장 등에 필요한 국가·사회의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되고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반 위에 테러와 기후변화, 감염병, 기아와 식량문제, 난민과 인권 등 전 세계적인 문제의 해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와 같은 국제적 문제에 대해서도 분산된 권력을 가진 개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이 글은 어떠한 기관, 조직이나 단체의 입장이나 의견과는 관련 없는 순수한 개인적 견해임을 밝힙니다.

오일석

고려대학교 법학박사

(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현) 고려대학교 강사

(현)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부회장

(현) 한국사이버안보법정책학회 연구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