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의 분노에 답하라
[홍석기 칼럼니스트] 청년의 분노에 답하라
“할아버지는 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습니까? 나이 먹으면 다입니까?”

“이놈들아, 지금 전쟁이 나면 너희들이 총 들고 나가서 싸울 수 있어?”

지하철에서 70대 어른과 청년들의 말다툼이 있었다. 하마터면 경로석 어른들과 서 있던 젊은이들 사이에서 패싸움이 날뻔했다. 양쪽의 분위기를 살펴보니 모두들 분노에 찬 목소리였고, 악에 받친 눈빛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어쩌다가 사회가 이렇게 무서워졌을까? “나 때는 안 그랬다.” 라고 말하면서, “라떼는 말이야(Latte is Horse.)” 라는 우스개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 즐겁지 않은 요즘이다.

지저분한 공장이나 멋들어진 회사나 이력서만 내면 오라는 곳이 밀려 있고,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인재를 찾으려는 기업가와 경영자가 넘쳤던 시절이 있었다. 국민소득 120달러에서 2만달러를 넘어가던 60년대부터 70년대를 지나 88 올림픽이 열리던 30년간이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록 발전과 성장을 구가하던 대한민국이 최근 10년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던 와중에, 코로나바이러스까지 몰려와 세상이 뒤집어지고 세계가 혼돈으로 빠져드는 지금,  청년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노인들의 목소리엔 분노가 깔려 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는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대책이 있습니까? 정부는 정말로 일자리 만들 능력이 있는 겁니까?”라고 묻는 젊은이들에게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는 정부 당국자는 거의 없다. 이렇게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나 대책(Alternatives and Options)”을 마련할 만한 능력이나 자질을 갖춘 리더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20여 년 동안의 정책 당국자들이나 정부관료들의 공통점은 통치철학이 없고, 실력이 없으면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자기네 편만 드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편을 가르고 분열을 시키면서 그걸 “권력 유지의 전략”으로 쓰고 있다.

답답하기는 청춘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몇몇 젊은이들과 토론을 하면서 대안을 찾아보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이야기를 꺼냈으나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고, 전 세계가 똑 같은 환란에 빠졌으니 명백한 대책이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야 없지 않은가?

이런 와중에도 잘나가는 기업이 있고, 잘 팔리는 상품이 있고, 줄을 서는 식당이 있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은 “실력과 품질”이다. 음식이나 게임이나, 책이나 자동차나 모두 품질이 좋으면 팔리고, 멀어도 맛있으면 찾아 간다. 실력이 있으면 갈 곳이 있다. 그건 역사가 증명한다. 그 실력은 또한 땀과 눈물, 핏방울의 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꿈을 잃은 청년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똑바로 가르칠 의무가 있다. 잔꾀부리지 말고, 잔재주로 젊은이들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 정부정책의 잘못을 인정하고,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여 국가경제를 살릴 묘수를 찾아야 한다. 최근 신문에 경제 안보 교육 전문가들의 글이 눈에 띈다. 한국경총의 리더를 지낸 분이나 글로벌 무대에서 움직이는 분들의 조언과 전략 제안이 간혹 폐부를 찌른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들은 모른 체 하고, 듣지도 않는 듯 하다.

청년들의 임무와 책임도 있다. 분노할 시간에 책을 읽고, 외국어 공부를 하고, 기술을 배워야 한다. 중소기업이든 공사판이든 찾아가서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벽돌을 쌓거나 기왓장을 나르는 것도 실력이다. 용접기술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람도 있고, 디자인을 하면서 커피심부름을 하는 직원도 있다.

배운다는 마음으로 참고 견뎌야 한다. 급여의 수준이나 근로조건을 따질 때가 아니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의 거짓말에 속을 때가 아니다. 불러주면 가야 한다. 무슨 일에서나 배울 게 있고 얻는 게 있다. 고객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엎드려 빌어도 괜찮다. 인생과 비즈니스 세계에 정답은 없다.

뉴욕타임즈와 BBC, Al Jazeera 등 외신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대유행 이후(Post-Pandemic)”에는 2차 세계대전이나 세계 대공황보다 더 힘든 세월이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세 또한 그렇게 힘들었던 시절을 견디어 낸 것만큼 버틸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요즘 그럴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되묻는 이가 있다. 옛날에는 그랬다. 지금도 그렇다.

“요즘 우리 젊은이들, 끈기가 없고 참을성이 없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옆 사무실 여직원의 말이다.

※ 필자의 의견은 한경닷컴의 공식적인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홍석기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한국강사협회 회장 역임, 소설, “시간의 복수” 저자, 대학 및 기업체 전문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