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땅콩 리턴’이 화제다. 지난 12월 5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탔던 항공기가 활주로로 가던 중 탑승구로 돌아가 사무장을 내려놓고 다시 출발하는 일명 ‘땅콩리턴’ 사건이 발생했다. ‘땅콩리턴’ 사건은 일파만파 퍼졌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자리에서 사퇴하고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았다. 땅콩 리턴 사건은 한국 사회 특유의 제왕적 경영과 특권의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처럼 직원과 권력을 가진 리더간 좋은 관계 형성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권력의 역학관계라는 속성으로 들여다보면 이미 구조적인 부정의 관계가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심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더커 켈트너 박사는 ‘과자실험’을 하였다. 학생 3명으로 팀을 만들어 두 명은 보고서를 쓰고, 한 명은 그것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게 하고, 과자 5개를 주었다. 모두 하나씩 먹고 결국 2개의 과자가 남은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남은 과자를 집어가겠는가? 보통의 경우 누구든 과자를 집기가 쉽지 않다. 일상적인 밥상에서, 술자리에서 남은 하나의 반찬이나 안주를 집는건 심리적 부담이 작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 실험에서 꽤 많은 팀에서 과자를 차지한 사람은 평가를 담당했던 학생이었다. 비슷한 연구인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용 과자를 넣은 병을 준비했는데 부자는 일반인의 두 배 이상의 과자를 빼앗았다.

스탠퍼드대 로버드 서트 교수는 이 실험의 결과에 대해 “사람은 권력이나 부(富)을 가질 때 자신의 욕구에 더 많이 집중하고, 다른 사람의 필요​에는 관심이 줄어든다, 그리고 공식적, 비공식적 규칙들도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다면 조현아 전 부사장과 사무장과의 사이에게 좋은 관계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무리일지 모른다. ​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존경받는 리더의 행동을 갈구한다. ​미 해병대원들은 최하급자가 가장 먼저, 최상급자가 가장 나중에 배식을 받는다(우리나라 군대와는 정반대 현상). 더 살펴보면 이것이 결코 명령에 의한 행동이 아니라는거다. 미 해병대는 의레 리더가 제일 마지막에 먹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자신의 필요보다 기꺼이 타인의 필요를 우선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야말로 리더십에 따르는 진정한 의무가 아닐까?

글. 경영평론가 정인호 박사 / VC경영연구소 대표(ijeong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