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통령이 아닐까? 저마다 최종목표를 향해서 정당한 과정은 무시한 채 최선을(?) 다해 약진한다. 어떻게든 이기고 보자는 심산이 큰 것이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이 아닐까…


​2014년 7. 30 재보선에 탈락한 손학규 상임고문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1993년 민자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까지 14년간 지금의 여권(與圈)에서 국회의원 세 번,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현 야권으로 옮겨서도 7년간 국회의원 한 번에 당대표를 두 번 지냈고 대선 후보 경선에도 두 번 나섰다. 어지간한 정치인은 꿈도 꾸기 힘든 화려한 이력이다.


어쨌던 누가 봐도 그의 최종 목표는 대통령이었다. 그런 그가 화려한 정치이력을 뒤로 한 채 대통령의 한을 풀지 못하고 정계를 떠났다. 야당의 중진 의원인 박지원 등은 “손학규 돌아오라”라고 외치지만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해야 할 일은 많지만 국민이 제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제가 자리를 꿰차고 있겠습니까…” 라고 마지막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틀어 놓았다. 떠나야 할 때 떠나는 그의 단호한 결단은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기원전 11세기, 은나라 말기 고죽국(지금의 하북성 노룡현)의 군주에게는 백이와 숙제라는 두 아들이 있었다. 아버지는 작은아들 숙제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싶었으나 정작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숙제는 형 백이에게 왕위를 양보한다. 아버지의 뜻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던 백이는 동생 숙제의 제의를 완강하게 거절한 뒤 동생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몰래 나라를 떠난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숙제도 형의 뒤를 쫓아 나라를 떠나버린다.


은나라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다른 인물을 군주로 세웠다. 형제가 모두 왕 자리를 마다하고 나라를 떠나버렸으니 한편으로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대범함과 무욕의 경지가 놀랍다.


세월이 흘러 형제들은 서쪽 주나라에 갔다. 주나라 서백이 늙은이와 현자를 몹시 존중하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그에게 몸을 맡겨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서백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고, 그 자리를 이어받은 무왕이 은나라 주紂임금을 정벌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백이와 숙제는 “이는 우리가 그리던 세상의 도가 아니다! 음모와 뇌물이 횡행하고 맹세의 문서가 오가는 세태는 결국 백성을 농락하는 것이다. 천하가 갈수록 어지러워지겠구나!”라며 한탄했다.


얼마 뒤 무왕은 아버지 문왕의 목조(위패)를 군대 안에 모신 채 은나라를 정벌하러 나섰다. 백이와 숙제는 은나라를 치러가는 무왕의 전차를 붙들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도 치러지 않았는데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효도라 할 수 있겠는가? 또 신하인 제후가 임금인 천자를 죽이려 하니 어진 일이라 할 수 있겠는가?”


당시 은나라는 멸망의 문턱에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빈사상태였고, 천하의 대세는 이미 주나라에 기울어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왕을 붙들고 꼬장꼬장하게 충고를 던졌으니, 시대의 흐름에 둔감한 것일 수도 있지만 참으로 용기가 가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날 백이와 숙제의 행동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많지만 현실정치에서 그들이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 왕의 자리를 서로 양보하는 무욕의 경지와 때로는 목숨을 걸고 할 말은 하고 마는 대범함. 오늘날 국민이 목말라하는 모습,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모습이 아닐까?


이제 손학규는 자유인이다. 대통령의 꿈을 버리고 정계를 떠나는 대범함은 오늘날 정치인들이 배워야 할 자세이다. 백이와 숙제가 그러하듯 이제 손학규는 자유인으로서 사람을 기민하는 천도와 미신을 강렬히 부정하면서 할 말은 다 하는 진정한 기인의 반열에 오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by.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ijeong13@naver.com) gg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