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거래분석원' 수사 1번타자는 LH? [전형진의 복덕방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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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세력 잡겠다더니 '내부의 적' 놓치고
시장개입 논란 거래분석원은 설립 강행
시장개입 논란 거래분석원은 설립 강행
‘적은 내부에 있다.’
일본 전국시대 패권을 쥐고 있던 오다 노부나가는 자신이 믿던 가신 아케치 미쓰히데에게 변을 당합니다. 결국 최초의 전국통일이란 위업은 우리가 잘 아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어부지리로 이뤘죠. 노부나가의 최후에서 나온 관용구가 바로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입니다. 배신을 경계하라는 격언처럼 쓰이죠.
집값을 잡고야 말겠다는 정부의 적 또한 내부에 있는 것 같습니다. 특단의 대책으로 3기 신도시를 추가했더니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가 발각된 것이죠. 토지보상에 유리한 묘목을 심는가 하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까지 하나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신도시 부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흑석9구역에 투자했던 김의겸 전 대변인이나 끝까지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직을 마친 몇몇 고위 공직자들도 내부의 적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부동산 투기세력을 잡겠다며 별도 수사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던 일 기억 나시나요? 최근 국회에 발의된 법안도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이른바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드는 내용입니다.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는 건데요. 이 법안은 유튜브에서 부동산 강의 등을 하려면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습니다.
실거래 단속은 원래 국토교통부 1차관 직속 조직인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에서 하던 일입니다. 이상거래를 찾아내고 세금 탈루가 의심되는 사안에 대해선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이끌어내는 게 업무죠. 유튜브나 블로그의 표시광고 위반도 단속합니다.
임시 조직이던 대응반은 다음달 중 전담 인력 50명 규모의 정규 조직으로 재출범하는데요. 명칭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입니다. 어딘가 익숙하죠. 앞서 말씀드린 부동산거래분석원과 이름이 비슷하니까요. 법이 통과돼 거래분석원이 만들어진다면 거래분석기획단이 그 전신일 것입니다.
정부에서 자꾸 이 같은 조직을 만들고 키우려는 건 부동산시장 불안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2017년 ‘8·2 대책’ 때부터 부동산과의 전쟁을 벌이며 적으로 삼던 투기세력 말이죠. 정책 기조를 보면 이 전쟁은 소강상태로 접어든 듯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투기 수요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언제든 세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진단입니다.
물론 일부 유명 강사 등이 특정 지역 매수를 권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왜곡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체 시장을 움직일 만한 규모는 아니었죠. 더 큰 세력이 내부에 있다는 건 정부도 몰랐겠죠. 발표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LH 직원들의 투자 금액이나 인원, 직급 등을 헤아려보면 이들의 세력이 더 컸다고 보입니다.
사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은 지나친 시장 개입이란 지적 때문에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기왕 강행된다면 첫 수사 대상은 LH 등을 포함한 공기업이나 고위 공직자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연설처럼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는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되려면 말입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일본 전국시대 패권을 쥐고 있던 오다 노부나가는 자신이 믿던 가신 아케치 미쓰히데에게 변을 당합니다. 결국 최초의 전국통일이란 위업은 우리가 잘 아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어부지리로 이뤘죠. 노부나가의 최후에서 나온 관용구가 바로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입니다. 배신을 경계하라는 격언처럼 쓰이죠.
집값을 잡고야 말겠다는 정부의 적 또한 내부에 있는 것 같습니다. 특단의 대책으로 3기 신도시를 추가했더니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가 발각된 것이죠. 토지보상에 유리한 묘목을 심는가 하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까지 하나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신도시 부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흑석9구역에 투자했던 김의겸 전 대변인이나 끝까지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직을 마친 몇몇 고위 공직자들도 내부의 적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부동산 투기세력을 잡겠다며 별도 수사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던 일 기억 나시나요? 최근 국회에 발의된 법안도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이른바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드는 내용입니다.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는 건데요. 이 법안은 유튜브에서 부동산 강의 등을 하려면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습니다.
실거래 단속은 원래 국토교통부 1차관 직속 조직인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에서 하던 일입니다. 이상거래를 찾아내고 세금 탈루가 의심되는 사안에 대해선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이끌어내는 게 업무죠. 유튜브나 블로그의 표시광고 위반도 단속합니다.
임시 조직이던 대응반은 다음달 중 전담 인력 50명 규모의 정규 조직으로 재출범하는데요. 명칭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입니다. 어딘가 익숙하죠. 앞서 말씀드린 부동산거래분석원과 이름이 비슷하니까요. 법이 통과돼 거래분석원이 만들어진다면 거래분석기획단이 그 전신일 것입니다.
정부에서 자꾸 이 같은 조직을 만들고 키우려는 건 부동산시장 불안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2017년 ‘8·2 대책’ 때부터 부동산과의 전쟁을 벌이며 적으로 삼던 투기세력 말이죠. 정책 기조를 보면 이 전쟁은 소강상태로 접어든 듯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투기 수요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언제든 세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진단입니다.
물론 일부 유명 강사 등이 특정 지역 매수를 권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왜곡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체 시장을 움직일 만한 규모는 아니었죠. 더 큰 세력이 내부에 있다는 건 정부도 몰랐겠죠. 발표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LH 직원들의 투자 금액이나 인원, 직급 등을 헤아려보면 이들의 세력이 더 컸다고 보입니다.
사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은 지나친 시장 개입이란 지적 때문에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기왕 강행된다면 첫 수사 대상은 LH 등을 포함한 공기업이나 고위 공직자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연설처럼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는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되려면 말입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