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 항모 니미츠 중동서 뺀다"…이란 설득 위한 포석?
미국이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걸프 해역에 장기 배치했던 니미츠 핵 추진 항공모함을 모항으로 불러들이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이번 결정은 대체 항모 배치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져 이란과의 본격적인 핵 합의 복귀 논의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미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걸프 해역에 배치된 니미츠 항모와 5천여 명의 승조원에게 지난달 31일 모항인 워싱턴 브레머튼항 복귀 명령이 내려졌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결정이 걸프 지역의 긴장 상태가 어느 정도 완화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전 정부에서 폐기한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복원을 추진 중인 와중에 내려졌다고 전했다.

특히 국방부 관리들은 통상적인 파견 기간보다 길게 중동에 파견했던 니미츠 항모를 불러들이면서, 아직 대체 항모 투입 여부는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해 연말 10개월 가까이 작전을 수행한 니미츠 항공모함을 본토로 불러들이기로 했었다.

그러나 거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1주기를 맞아 중동 지역에서 반미 시위가 확산하는 등 정세가 불안해지자 니미츠의 걸프해역 주둔 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

또 미군은 전략폭격기인 B-52를 여러 차례 페르시아만에 출격시켜 무력 시위를 하기도 했다.

B-52 폭격기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한차례 중동에 출격했다.

"미국, 핵 항모 니미츠 중동서 뺀다"…이란 설득 위한 포석?
바이든 대통령 보좌진들도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니미츠 항모를 불러들일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 중부군의 케네스 프랭클린 매킨지 장군도 지난주 외교·안보 전문 매체 '디펜스 원'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화력이 트럼프 행정부 말기에 이란과 대리인들의 도발을 제지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는 "큰 틀에서 그런 것들이 그들(이란과 그 대리인들)에게 지금은 전쟁 도발을 할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킬 수 있었다"며 "여기에는 군사적인 요소뿐 아니라 미국의 새 행정부를 겨냥한 이란의 정치적 계산도 들어 있다고 확신한다.

바뀌는 게 있는지 보자"고 말했다.

실제로 니미츠 항모 복귀 명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카터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분쟁 전문가로 일한 로버트 말리를 이란 특사로 지명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뤄졌다.

그는 이란을 설득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고 우라늄 농축을 중단시키면서, 이란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임무를 맡을 전망이다.

NYT는 다만, 니미츠가 중동을 떠나더라도 현재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이동 중인 아이젠하워 또는 태평양에 배치된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다른 항모가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중동에 배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B-52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대이란 견제 활동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제5함대 사령관을 지낸 존 밀러 전 해군 중장은 "아직은 긴장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