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잠자면서 말을 해요
며칠 전 신혼부부 한 쌍이 배우자의 잠버릇 때문에 진료실을 찾아왔다. 결혼 후 함께 자면서 알게 된 증상이었는데, 바로 ‘자면서 대화하는 것’이었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 얼굴을 쳐다보니 쌔근쌔근 자면서 대화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놀라서 깨운 뒤 얘기해보니 상대방은 그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자면서 잠꼬대를 하거나 몸을 뒤척이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이는 꿈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입이나 몸이 반응하는 것인데, 이런 증상도 그다지 좋은 것이라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충분한 숙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증상들은 단순히 꿈을 많이 꾸는 것보다 더 좋지 않다.

물론 꿈을 많이 꾸는 것도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실제 “밤새 꿈을 꿨더니 한잠도 못 잔 것 같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또한 꿈의 내용도 중요한데, 꿈을 꾸고 싶은 대로 꾸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평소에 머리로는 다 해결된 것 같았지만 가슴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던 것들이 꿈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잠자면서 말을 해요
하지만 이렇게 ‘너무 많은 꿈’이나 ‘잠꼬대’보다 더 나쁜 것이 ‘자면서 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증상의 마지막 단계는 자는 중에 일어나 움직이고 돌아다니는 몽유병이다. 깨어나면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게 어떻게 보면 이미 내 몸속에 ‘또 다른 나’가 생겨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숙면하지 못하면 피로가 누적돼 ‘만성 피로’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실제 질병의 위험과 맞닥뜨릴 수 있다.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면서 소리를 지르고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특발성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를 장기 추적한 결과 4분의 3에게서 파킨슨과 치매 등 신경퇴행 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는 것이 좋다.

한의학적으로는 오장육부가 모두 연결돼 있다고 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심기가 불편하다”고 얘기할 때의 심(心)이나 ‘간담이 서늘하다’고 말할 때의 담(膽)을 치료하는 처방을 내리는 사례가 많다. 또한 주먹을 쥐었을 때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소부혈은 심장의 열을 내려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효능이 있으므로 평소 꾹꾹 누르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