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분양가격과 현재 전셋값이 비슷한 서울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16억1400만원에 분양한 전용 92㎡의 전세 시세가 14억원인 용산구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  한경DB
2~3년 전 분양가격과 현재 전셋값이 비슷한 서울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16억1400만원에 분양한 전용 92㎡의 전세 시세가 14억원인 용산구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 한경DB
정부의 분양가 규제와 전셋값 급등이 맞물리면서 2~3년 전 분양가격이 현재 전셋값과 비슷해지는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2017~2018년 분양해 올해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 상당수가 이에 해당한다. 직접 입주하지 않고 전세를 놓으면 사실상 자기 자금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격이 같이 오르면서 ‘로또 분양’된 아파트가 대거 양산됐다고 분석했다.

분양가와 같아진 전셋값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2017~2018년 분양해 이달까지 입주한 아파트는 총 30개 단지, 3만5186가구다. 이곳 대부분에서 ‘분양가=전셋값’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전셋값' 된 서울 입주 아파트 속출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리더스원’(서초우성1차 재건축) 전용 84㎡는 2018년 9월 16억1000만~17억3000만원에 분양을 마쳤다. 이 아파트의 현재 전세가격은 15억원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지난 7월 말 시행되면서 전셋값이 급등해 분양가격과 1억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서초동 B공인 관계자는 “전세가격은 물량 감소로 줄곧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9월 선보인 서초동 ‘서초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0㎡의 분양가격은 8억4500만~10억8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아파트의 전세가격 시세는 현재 10억5000만원이다. 2017년 6월 강동구 ‘고덕센트럴푸르지오’ 전용 59㎡는 6억6000만원에 분양했는데 현재 전세가격은 6억3000만원 선이다.

전세가격이 분양가를 넘어선 곳도 있다. 강남구 ‘논현아이파크’는 2018년 3월 전용 47㎡를 8억1400만원에 분양했는데 현재 전세가격은 8억5000만원 수준이다. 영등포구 신길동 ‘힐스테이트클래시안’ 전용 84㎡의 분양가는 7억3000만원인데 현재 전세 시세는 8억원이다. 전세를 놓으면 분양가와 발코니 확장비, 취득세 등까지 낼 수 있다.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서대문구 북아현동 ‘힐스테이트 신촌’ 전용 42㎡ 아파트 전셋값은 5억5000만원이다. 2018년 7월 분양 당시 이 아파트 분양가는 4억500만원으로 전셋값이 분양가보다 1억4500만원 높다. 입주를 시작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전셋값이 5000만원 올랐다.

규제가 ‘로또 분양’ 만들어

2~3년 전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시세는 분양가의 두 배가량 올랐다. 10억5000만원에 분양한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 59㎡의 시세는 약 두 배 상승한 2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현상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규제로 분양가는 낮게 책정됐는데,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타면서 시세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까지 본격 시행돼 로또 청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2030세대를 위한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등의 보완책을 내놓긴 했지만 청약 가점이 낮은 젊은 층의 박탈감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정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기본적으로 분양가를 지나치게 통제한 게 로또 분양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라며 “분양가 통제는 주변 시세를 내리지 못하는 데다 공급 부족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