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원재료(원지)를 생산하는 대양제지의 경기 안산공장이 지난 12일 화재로 전소하면서 골판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화재 직후 원지 생산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골판지 상자를 만드는 골판지 포장업계에도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가격 인상 움직임이 가팔라지면 수출용 골판지 상자 등 포장재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14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골판지 원지를 생산하는 태림페이퍼, 아진피엔피는 골판지 포장업체들에 20% 안팎의 가격 인상 방안을 통보했다.

대양제지 화재…골판지 '비상'
태림페이퍼가 생산하는 원지 중 골판지 상자 겉면에 쓰이는 표면지(SK지)가 16일부터 t당 45만원에서 53만원으로 오른다. 골판지 상자 안쪽면에 쓰이는 이면지(K지)도 35만원에서 43만원으로 상승한다.

아진피엔피 역시 19일부터 K지를 35만원에서 43만원으로, 골판지 상자 중간에 쓰이는 구불구불한 골심지(S지)를 36만원에서 44만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화재가 발생한 대양제지는 전체 골판지 원지 생산 물량의 7% 정도를 차지한다. 월 생산 규모는 약 3만t이다. 대양제지를 비롯해 태림페이퍼 아진피엔피 신대양제지 고려제지 한국수출포장 등 6개사가 전체 원지의 80%를 생산하고 있다. 골판지 포장업계는 이들 업체가 생산하는 원지를 받아 중간지나 박스 등 완제품을 생산한다.

골판지 원지 생산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대부분 영세한 골판지 포장업계는 적잖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가뜩이나 비대면 강화로 택배 상자 등의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인상이 예고돼 비상이 걸렸다.

포장업계는 대만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을 대상으로 대체 수입 물량을 검토 중이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김진무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전무는 “대양제지가 생산하는 물량이 월 3만t 규모인데 일본에서 당장 수입할 수 있는 여유분은 500t에 불과하다”며 “대만과 동남아 등은 중국 수출 물량을 대기도 벅차 당장 수급을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골판지 포장업계는 원지 가격의 추가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김 전무는 “2016년 신대양제지에 이번보다 작은 규모의 화재가 발생했을 때 9개월에 걸쳐 원지 가격이 60%가량 올랐다”며 “가격 인상의 충격파가 향후 골판지 수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골판지 포장업계는 원지 생산업체들에 급격한 가격 인상과 원지 수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골판지 상자를 만드는 한 업체 관계자는 “골판지 상자 제조사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수출용 골판지 상자를 납품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