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 국민대에서 열린 ‘제2회 육군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MSG팀.  한경DB
지난해 12월 서울 국민대에서 열린 ‘제2회 육군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MSG팀. 한경DB
대한민국 육군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손을 잡고 시작한 ‘육군 창업경진대회’는 군 부대에 창업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군인으로서 전투력을 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복귀 이후의 미래까지 설계하는 복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2회 행사 역시 열기는 뜨거웠다. 예선전에는 876개 팀, 2504명의 장병이 지원했다. 1회 대회와 비교해 참가팀이 319개 늘어났다. 육군은 매년 대회 규모를 키워 창업을 꿈꾸는 장병들에게 기회의 문을 넓혀줄 방침이다. 3회 대회는 더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군은 창업경진대회 등을 통해 장병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육군은 각 부대 취업·창업 동아리 활동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원 규모는 2018년 8기계화보병사단을 비롯한 7개 부대를 시범 부대로 시작해 지난해 2월부터는 24개 사·여단으로 늘어났다. 올해에는 육군 전체 부대로 확대된다. 자연스레 부대 내 취업·창업 동아리가 활성화되면서 군 생활에 대한 장병들의 인식은 달라지고 있다. 지난 대회에서 탄피받이 관련 아이디어를 발표한 이동섭 201특공여단 상병은 “창업경진대회 준비를 하면서 방과 후 시간뿐만 아니라 일과시간까지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시간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대회를 통해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회를 준비하고 창업 전문가들로부터 멘토링을 받는 과정에서 막연하던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실제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실무적인 지식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이수형 5군단 본부근무대 상병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고속도로 순찰대 등을 찾아가 애로사항과 관련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사업 아이템으로 구체화했다”며 “운전병을 하면서 느꼈던 불편한 점을 고쳐보겠다고 시작한 사소한 아이디어가 이제는 전역 후 진로로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설제에 어는점에서 색이 변하는 안료를 넣는 방식으로 블랙아이스의 존재를 알리는 아이디어로 지난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셰이빙크림 마개를 개발해 장려상을 받은 김도엽 56사단 화생방지원대 일병도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사업화를 준비하면서 그 과정에서 어떤 실무 절차가 필요한지 배우게 됐다”며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창업을 선택지로 넣게 됐다”고 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당시 육군참모총장으로서 육군 창업경진대회 시상식에 참석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휴렛팩커드의 데이비드 패커드와 빌 휴렛은 모두 차고에서 출발해 세계 굴지의 기업을 이뤄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병영이 장병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품는 차고 역할을 하고 있다”며 “육군 창업경진대회를 이스라엘의 군사과학기술 엘리트 육성 시스템인 탈피오트와 같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