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고로 돌아온 5만원권이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기업·금융회사 등 주요 경제 주체가 금고와 장롱 등에 쌓아 놓은 5만원권이 급증한 영향이란 설명이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5만원권 환수액(한은 금고로 되돌아온 돈)은 1702억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12월(1360억원) 후 11년 만에 가장 적은 액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 발생하기 시작한 올해 3월(8554억원)과 비교해도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5만원권 환수율(한은 발행액 대비 환수액)도 올 들어 7월까지 49.1%에 머물렀다. 2018년 67.4%에서 지난해 60.1%로 낮아진 데 이어 올 들어선 아예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시중에서 보관하는 5만원권이 늘고 은행에 입금하는 현금은 줄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상용 현금’ 용도로 5만원권을 보유하려는 가계 및 기업의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경기 침체로 기업 및 자영업자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은행에 입금한 5만원권은 감소한 결과란 설명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각종 세금 부과가 강화되면서 현금 거래를 통한 탈세 시도가 증가하면서 민간의 5만원권 보유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국의 5만원권 환수율은 다른 국가의 고액권 환수율에 비해 유독 낮은 편이다. 미국의 최고액권인 100달러 환수율은 지난해 77.6%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의 500유로 환수율도 2018년 94.5%에 달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