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부동산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주력으로 삼았던 증권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PF 사업장 유동화 지원을 위해 발행했던 13조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2차 자금난’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들이 발행한 PF 대출 ABCP 규모는 12조9228억원에 이른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시행사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ABCP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신용보강을 제공해왔다. ABCP는 보통 단기금융시장에서 3개월마다 롤오버(차환)된다.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증권사들이 떠안기로 매입 약정이 맺어져 있다.

평상시라면 신용도가 우량한 증권사가 발행한 PF ABCP가 시장에서 소화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아무리 금리를 높여도 PF ABCP 투자자가 등장하지 않는 일이 빈번해졌다. 결국 지난달 중순부터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롤오버에 실패한 PF ABCP 수천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부동산 PF에 13조 대출…증권사 '돈맥경화' 심화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증거금 추가납입 통지) 사태는 자본력이 큰 대형 증권사 위주라 위기를 넘겼지만 PF ABCP는 중소형사의 보유금액이 많아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메리츠증권(222.1%), 하이투자증권(104.3%), 하나금융투자(99.0%), 키움증권(89.5%) 등이 자기자본 대비 PF ABCP 발행액 등 채무보증액 비중이 컸다.

한 증권사 사장은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와 국책은행의 기업어음(CP) 매입 대상에서 PF ABCP나 ABS를 제외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