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주가 부진에 시달리던 화학 업종이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화학제품 수요가 늘면서 주가가 오르거나 목표주가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 비대면 경제 활성화, 의료활동 등으로 포장재와 위생재 소비가 급증하면서 화학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뒤늦게 부각되면서다.

화학은 제품 수요가 성장과 부진을 반복하는 경기순환(시클리컬) 업종으로 분류된다. 2018년께 경기가 고점을 찍은 뒤 하락 국면이 이어졌는데 최근 수요 증가로 업황이 상승 반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적 전망치 개선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종목이 많아 저가 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포장재·위생재 수요↑…재평가받는 화학株

주가 꿈틀대는 화학기업

롯데케미칼은 31일 3.84% 오른 18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24일 17만100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10.82% 올랐다. 금호석유는 2.45% 상승한 10만500원에 마감했다. 하반기 들어 34.90% 뛰었다.

이들 종목의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화학제품 가격 상승에서 찾을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플래츠에 따르면 화학 소재의 일종인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은 이달 t당 평균 818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4월 703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16.4% 반등했다.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가격은 같은 기간 28.1% 올랐다. 폴리에틸렌(PE)은 플라스틱, 비닐 등 일상 소비재를 만드는 재료다. 일회용기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 가격도 같은 기간 t당 749달러에서 908달러로 21.2%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화학제품 가격 상승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화학제품 수요가 역성장을 거듭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정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포장재·위생재 수요 영향

시장 전문가들은 단순 경기 불황과 다른 코로나19 사태의 특수성이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전자상거래가 늘면서 포장재 수요가 급증한 게 화학제품 가격을 끌어올렸다”며 “코로나19 방역 활동으로 마스크, 장갑, 세정제 등의 수요가 늘어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석유화학 수요는 의외로 강하다”며 “개인 위생 및 음식포장 관련 플라스틱 수요뿐만 아니라, 밀집된 도심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신규 건축 관련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서 나프타 분해설비(NCC)의 원가 경쟁력이 개선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나프타는 화학제품의 원료로,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에 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다. HDPE, LDPE, PP 스프레드(제품 가격-나프타 가격)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각각 93.4%, 94.4%, 50.0% 개선됐다.

애널리스트들은 화학 관련주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주 하나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메리츠증권은 2차전지 수요 증가가 아니라 화학제품 실적 개선 추이를 반영해 LG화학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금호석유는 대신증권(8월 20일)이, 한화솔루션은 하나금융투자(8월 27일)가 각각 같은 이유로 목표주가를 올렸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