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역학조사 안 나와도 일단 알려"…이웃 중랑·노원은 집단감염 번진 뒤 공지
정보 공개 요구와 사생활 보호 사이에 충돌 계속
집단감염·고위험장소 언제 알리나…서울 구청마다 천차만별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집단 감염이 빈발하는 가운데 서울 구청별로 발생 사실을 공지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29일 서울 각 구청의 공지를 보면 이웃 지역이라도 구청에 따라 코로나 현황을 전파하는 시점에 관한 판단 기준이 다르다.

서울 동북권의 도봉구와 중랑·노원구의 차이가 대표적이다.

도봉구는 지난 28일 오후 1시 31분께 재난문자로 '이마트 창동점 직원 발생, 영업장 폐쇄 및 방역소독 완료. 역학조사 결과 이동 동선 및 조치 사항 홈페이지 공개 예정'이라고 알렸다.

25분 뒤인 오후 1시 56분께는 '8월 2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이마트 창동점 지하 1층 와인매장을 방문한 사람은 도봉구보건소와 상담한 후 검사받기 바란다'고 또 문자를 보냈다.

해당 확진자는 도봉구민이 아닌 다른 지역 주민이다.

따라서 1차 역학조사는 도봉구가 아닌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고 그 결과를 도봉구에 알려주게 된다.

도봉구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대형 마트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자세한 정보 파악에 앞서서 위험 가능성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

구 관계자는 "역학조사 결과 등이 나오지 않았으나 즉각 주민들에게 알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급한 대로 긴급재난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단감염·고위험장소 언제 알리나…서울 구청마다 천차만별
이웃 중랑구, 노원구는 도봉구와 달랐다.

중랑구는 지난 27일 오후 10시 1분께 홈페이지에 '녹색병원 집단감염 발생 및 조치사항 공지'라는 글을 올렸다.

관내 녹색병원에서 확진자 총 5명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는데, 첫 확진자 발생은 공지 나흘 전인 지난 23일이라고 했다.

병원이라는 고위험 장소에서 확진자가 나온 지 나흘이 지나고 사태가 집단감염으로 번진 뒤 일반 주민들은 이를 알게 됐다.

더욱이 문자를 보낸 것도 아니어서 주민이 직접 홈페이지나 구청 블로그 등을 찾아가 읽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중랑구 관계자는 "코호트 격리 등 필요한 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런(공지가 늦어진) 것 같다"며 "조치는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노원구도 집단감염 발생을 며칠 지나서 알렸다.

구는 28일 오전 11시 33분께 재난문자로 '상계동 빛가온교회 확진자 21명 발생'을 공지했다.

이 교회에서 확진자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 22일이었다.

25일에는 확진자가 8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25일 확진된 인원 집계가 마무리되는 26일 기준으로 봐도 이틀이 지난 뒤 공지가 이뤄졌다.

노원구 관계자는 "빛가온교회 확진자가 늘어난 것을 인지하고 교회 예배 참석자 명단을 확보해 개별적으로 통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확진자 발생 사실과 그 동선 등을 주민들에게 언제 어떻게 얼마나 알릴지는 코로나19 사태 이래 끊이지 않는 논쟁 또는 고민거리다.

방역과 정보 전달 최전선에 있는 구청들은 정보를 신속·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주민들의 요구, 왜 신원이나 장소 특정이 가능한 정보까지 공개하느냐는 확진자 또는 동선상 업소들의 항의 사이에서 시달린다.

최근 정부 지침은 정보 공개 범위를 줄이는 쪽으로 개정됐지만, 일선에서는 주민 요구 때문에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서울 한 구청의 관계자는 "다양한 민원 사이에서 균형 잡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필요한 정보는 가능한 한 공개하면서 방역과 역학조사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