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계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이다. 기업과 공공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도입하려는 시도가 분야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더불어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을 인공지능 기술과 기업의 경쟁력이 가려지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후년부터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본격적인 서비스가 나오고 이에 따른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는 기업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한국경제TV와 인터뷰에서 "회사 가치를 2025년까지 1조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언제 어디서나 접하면서 우리 삶을 혁신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Q. 인공지능 시장이 지금까지 크지 않았는데 10년 간 적자 없이 운영했다. 비결이 궁금하다.

번 만큼만 쓰면 된다. 대부분 미래 가치를 기대해 미래 벌 것을 현실에 가져와 쓴다. 현재 번 것을 최선을 다해 투자하고 의사결정 가능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보수적인 결정이 비결이지 않을까 싶다. 솔트룩스는 아수라 백작 같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한 쪽으로는 기술이나 연구 개발을 대단히 공격적으로 하는 반면 조직 운영이나 문화는 굉장히 보수적이다. 두 가지의 모순적인 부분이 공존하면서 오히려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 비결이다.

Q. 20년 전만 하더라도 인공지능은 생소한 분야였다. 당시 인공지능 분야에 관심 갖고 뛰어든 특별한 이유가 있나?

컴파일러라는 기술이 있다. C언어나 파이선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가 있는데 이 언어는 기계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다.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 언어를 기계어로 바꾸는 기술을 컴파일러라고 한다. 번역기 개념이다. 대학교 3학년 시절 컴파일러 언어를 만들어 수출한 적이 있다. 당시 A라는 언어를 B라는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대학교 4학년 시절 국내 한 회사가 일본어를 한국어로 자동 번역하는 소프트웨어를 일본회사로부터 수입하면서 자문을 구했던 적이 있다. 소프트웨어 하나가 2~3천만원 가격이 책정됐다. 내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판이었다. 사람이 만든 인공 언어, 프로그램 언어를 인공적인 기계언어로 바꾸는 것을 생각했는데 사람이 실생활에 사용하는 언어, 자연어는 불규칙성이 크다. 불규칙성이 큰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꾼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작업이었다.

Q. 어찌보면 첫 창업에 큰 교훈을 얻으셨다. 두 번째 창업은 신중한 결정이 필요했을텐데 또 다시 창업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다.

2000년대 닷컴 버블 시기에 창업했다. 그 시기 만들었던 회사가 상당히 큰 성장을 하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컴퓨터공학과로 유명한 미국 카네기 멜론으로 유학 결정이 났는데 생각해보니 서른 살이 되어 유학을 가기 보다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꿈이 생겼다. 그래서 다시 창업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Q. 그렇다면 20년전 인공지능 기술과 지금의 인공지능 기술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

1990년~2000년 사이의 인공지능 기술은 1세대 인공지능으로 정의한다. 추론이나 인간의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서 발전이 있던 시기다. 기술들은 인간의 의존도가 높았다. 인간이 기계에게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을 일일히 가르쳐줘야 했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기계학습 기반, 대규모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이다. 일반적인 알고리즘을 만들어 기계에게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해결을 해나간다. 사실 이 기술의 역사도 60년이 넘었다. 최근 들어 2세대 인공지능 기술이 폭발적인 발전을 할 수 있던 이유가 있다. 데이터 양이 많아졌다. 인터넷, 모바일이 널리 보급되며 수 많은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진 점이 주요한 이유다.

Q. 예측하지 못한 장마로 기상청 날씨예보에 대한 불신감이 높다. 인공지능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가?

슈퍼컴퓨터는 사람의 몸에 해당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좋은 몸을 가진다고 운동을 잘하는 것은 아니듯이 운동 신경을 담당하는 것은 소프트웨어다.

다시 말해 슈퍼컴퓨터는 많은 정보를 빨리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지 정확도가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상청이 사용하는 예측 방식은 통계적 방식과 미분 방정식 형태의 전통적 모델링 기법이다. 아주 틀리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경험을 토대로 예측을 하는 방식이라 정확도가 낮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최근 경험하는 사건들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분야다. 중국과 한국에 쏟아부은 비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슈퍼컴퓨터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 내부에 있는 알고리즘과 모델링 개선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기도 어렵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 기반이다. 본인이 학습한 내용에 대해 기반해 추론하고 예측한다. 올해처럼 많은 비가 내리고 이렇게 오랜 기간 장마가 이어진 적이 없었다. 이런 상황이면 예측이 어렵다. 그래서 현재 연구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3세대 인공지능 기술에 해당한다. 현재같은 대규모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 기계학습 외에도 논리, 경험을 결합시킨 분야도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는 더 나은 예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슈퍼컴퓨터라는 좋은 몸에 인공지능이라는 뛰어난 머리를 심는다면 개선이 될 것으로 본다.

Q. 솔트룩스가 가진 인공지능 기술의 핵심은 무엇인가?

응용 분야 기술로 보면 사람의 말과 글을 이해해서 사람과 대화하고 자문하는 분야를 대화형 인공지능, 언어 지능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 분야가 강력하고 여기에 이미지 인식을 하기도 하고 동향을 예측하는 예측지능을 언어문제와 결합하는 분야에 있어서 탁월한 실적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간을 위해 인간에게 유리한 지식 표현을 기계가 이 자체를 이해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 GPT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는 기계가 사람처럼 글을 쓰고 노래도 작곡하는 등 사람의 업무를 많은 부분 보조하는 기술이다.

Q. 그동안 개발했던 AI제품들은 무엇이 있나?

솔트룩스 기술은 사람의 말과 글을 이해하는 것이고, 이런 비정형 데이터를 기계학습을 통해 분석 예측하는 증강분석기술을 가지고 있다. 솔트룩스는 이를 통해 콜센터 등 상담원들을 상담해주는 인공지능 상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상담원들이 고객과 대화를 하고 있으면 인공지능이 이 대화를 실시간으로 엿듣는다. 그리고 내용을 파악해 상담원이 보는 모니터에 적절한 대답을 추천해준다. 이를 통해 상담원들이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끔 돕고 있다. 또 챗봇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데 우리가 제공하는 챗봇은 글로벌 시장을 놓고 봐도 탁월한 성능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정부 서비스 가운데 하나인 민원 365 챗봇 서비스 운영기관에 선정돼 앞으로 통합 운영을 담당하게 됐다. 더 발전하면 콜봇이라는 인공지능이 직접 전화를 받아 답변해주는 서비스도 확장될 전망이다.

Q. AI 제품들이 대중화 될수록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면서 오히려 소비자는 더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상담원을 예로 들면 고객이 궁금증을 문의하면 잠시만 기다리라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찾아보는 시간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업무 영역에 들어오면서 경력이 짧더라도 5~10년차 만큼의 상담 스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더 정확한 상담을 빨리하고 남은 시간에 더 깊은 상담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닌 평범한 사람도 아인슈타인 이상의 탁월한 지적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를 증강지능이라 부른다.



Q. 인공지능 기술의 본격적인 도약 시기를 내년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어떻게 응용이 될 것으로 보는가?

모든 혁신적인 기술은 실제 상용화되고 시장에서 인정받을 때 죽음의 계곡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올해 혹은 내년이 이 과정일 것으로 보고 있고, 이를 극복한 몇 기업들이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내후년부터가 기술이 아닌 제품과 서비스로 성장하는 기업이 나올 것이다. 한마디로 인공지능 기술이 전분야에 확산 될 것이다. 교육, 공장 자동화, 미디어, 비대면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예상된다. 먼 미래를 보면 헬스케어, 금융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접목된 서비스가 대거 등장할 것이다.



Q. 솔트룩스의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지난 20년간 솔트룩스는 인공지능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이 원천기술을 시장에서 검증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앞으로 솔트룩스는 서비스로서 인공지능 부분에 집중할 예정이다. 제품과 소프트웨어 같이 언제나 접하면서 우리의 삶을 혁신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다. 또 베트남, 미국, 일본 사업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우리 목표는 2025년까지 회사가치를 1조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와 협력체계를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 생태계 구축에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

유오성기자 osyou@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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