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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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감독 기구가 중복 규제로 점철된 옥상옥 '빅브라더'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정부가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만을 전담하는 공무원 조직을 만들면 정부의 통제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큰정부 국가로의 전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옥상옥 감독기관, 중복규제 우려

12일 정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부동산시장 감독 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을 감시·감독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정부가 다양한 기관의 기능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조직이 추가될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정부는 세금, 대출, 실거래가 여부, 임대차 거래 현황 등을 이미 모니터링하고 있다. 세금은 국세청이, 대출은 금융감독원이 담당하면서 이상거래 여부와 불법 행위 등을 단속할 수 있다. 여기에 자금 흐름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금융정보분석원이 국세청에 이상 부동산 거래를 조사토록 요청할 수도 있다. 한국감정원에서는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와 리츠 신고·상담센터 등을 운영하며 문제가 있는 부동산 거래를 단속하고 있다.

부동산 매매가격과 전월세 등은 다양한 제도와 장치로 파악이 가능하다. 매매가격은 기본적으로 등기부등본에 명시돼 법원에 등록된다. 전세가액은 동사무소에 확정일자를 받는 과정에서 드러나며, 파악이 가장 어려운 월세조차도 세입자의 월세 세액공제 신청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이같은 감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 기구를 새롭게 설치한다는 것은 직접 개입 등 이보다 더 심한 규제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보다는 중복 규제와 공무원 조직의 비대화로 인한 비효율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부동산 거래에 대해 감독하고 규제한다는 점에서 부동산감독원은 해외 다른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싱가포르는 주택관리청이 주택 공급과 거래를 관리하는데 이미 주택이 80% 이상이 국유화돼있어 민간 거래를 감독하는 기관은 아니다. 베네수엘라는 공정가격감독원이 시장 가격을 통제하는데 주택보다는 생필품 등을 주로 관리한다.

'부동산경찰'이 일반 국민 통제

감독기구의 형태로는 현재 국토부를 중심으로 설치된 범정부 상설기관인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확대해 부동산감독원을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대응반은 국토부 공무원과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위 등에서 나온 파견 직원 등 총 15명으로 구성돼있다. 인력을 대폭 늘려 연간 100만 건이 넘는 주택거래를 일일이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 수준인 2000명까지 인원을 늘려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상훈 미래통합당 의원은 "부동산대응반이 2월 이후 110건의 거래를 감시했으나 절반인 55건이 혐의 또는 증거 없음 판정을 받았다"며 "실제 실적도 제대로 내지 못한 기관을 키우겠다는 것은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전시성 행정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감독기구의 신설은 정부가 일반 국민들을 '부동산경찰'을 통해 통제하겠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개최한 제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고가주택 실거래 조사결과 이상거래 의심사례가 추출돼 국세청 통보 및 과태료 부과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과열양상을 보이는 수도권과 세종 지역에선 경찰청 '100일 특별단속' 팀을 통해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감독기구 신설은 주택시장의 거래 현황을 ‘부동산경찰’이 감시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며 “이런 과도한 조치는 부동산 시장 질서를 더욱 심각하게 왜곡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큰 정부 확대로 개인의 자유 침해 우려

    정부가 감독기능을 가진 정부 조직을 신설하는 조치를 추진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사회전반에서 정부 기능이 강화되는 '큰정부'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회 각 분야에서 개인의 자유는 침해되고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이같은 우려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월 한국경제신문이 개최한 코로나 관련 웹세미나에서 "정부 역할은 정상화 지원, 시장기능 재개 환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자신감에 취해 ‘큰 정부’로 갈 경우 변화와 개혁을 방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감독 기구의 설치 방안을 마련하기 전에 설익은 발언을 내뱉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감독기구의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다수 전문가들은 "실체를 알 수 없어 대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 경제학부 교수는 "감독이라는 단어 선택을 잘못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부도 이같은 지적을 고려해 실제 설립되는 기구의 이름에 '감독'이라는 단어를 빼는 방안을 고려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