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부동산 대응반 실적 확인해보니
통합당 김상훈 의원 "절반이 혐의 없음"
전문가들 "지나친 감독"에 우려 표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언급한 부동산 시장 상시 감시 기구는 기존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형태의 '부동산 감독원'이 될 전망이다. 한 언론에서는 2000여 명 규모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월부터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반(부동산 대응반)'을 가동해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김상훈 미래통합당 의원은 12일 부동산 시장 대응반의 실적에 대한 검토를 마친 뒤 관련 자료를 발표했다. 부동산 대응반 실적을 토대로 부동산 감독원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부동산 대응반, 내사 실적 중 절반이 '혐의없음'
김상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대응반이 내사에 착수해 완료한 110건 중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혐의가 없어 종결된 건수가 50%(5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종결된 55건 외 나머지 55건의 단속 실적도 내실이 없었다고 했다. 55건 중 33건은 지자체(서울시 3건, 경기도 30건)로 이첩돼 결과가 불분명했고 시장 교란 행위로 판단해 정식 수사가 이뤄진 입건 건수도 18건에 그쳤다.
입건된 18건 중 불법이 명백히 드러나 검찰이 기소한 건수는 6건이었으며 4건은 수사가 중단됐다(기소중지). 기소된 6건 가운데 실제 처벌은 3건에 그쳤고, 이 또한 약식기소 2건과 기소유예 1건 처분이었다.
김상훈 의원은 "올 초 부동산 불법 근절을 외치며 범정부 조직을 구성, 특별 사법경찰관까지 투입했지만 조사 대상 절반이 혐의가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대응반을 모태로 부동산 감독원을 출범시키겠다는 것은,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전시성 행정' 소지가 크다. 지금은 설익은 정책을 내놓을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지나친 감독"…한 목소리로 우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부동산 감독이라는 건 결국 정책의 실패를 방증하는 것이다. 투기 근절 명목으로 임대료를 정부가 통제하는 류의 일들을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문제의 발단은 주택공급, 특히 서울의 주택공급이 부족한 것이었다. 주택공급에 대한 개념이 있다고 하면 부동산 감독기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주택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데 집중해야 한다.
감독기구를 만들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 거래와 전월세 전환 문제, 전세를 둘러싼 여러 가지 갈등들이 훨씬 커질 것이다. 결국은 집 없는 사람에게 피해를 끼칠 정책이다. 끝내 도시 빈민들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감독원이 말이 되는가. 금융감독원에서 힌트를 얻은 것 같다. 그러면 식당 위생도 중요하니 식당 감독원도 만들어야 하나. 평가 가치 자체가 없는 내용이다. 개별 부동산 가격을 직접 정하겠다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데 감독할 것이 있는가.
지금 부동산 관련해서 규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규제가 촘촘하게 굴러가고 있다. 금융권과 은행업계는 인가 산업이기에 금융감독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집은 누가 잘못 산다고 산업 자체가 무너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 왜 감독원을 두려는지 모르겠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실효성도 없을 것이고 쓸데없이 공무원을 늘려놓으면 공무원들이 자기 조직을 없애기 위한 행태에 나설 것. 지금까지도 단속반을 많이 놔뒀었는데 한 것이 무엇이 있는가. 단속반 수없이 다녀봐야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의식 수준이 불법 투기꾼이 집값을 올렸다는 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요 공급에 대한 인식이 없다. 근원적인 변화가 없는 것이라 시장은 더 꼬일 것이다.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감독기구 자체는 시장 안정화 기능보다는 감시 기능에 시장 왜곡, 위축을 하는 것이기에 시장은 더 나빠질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 같은 부동산 감독기구는 없다. 다른 선진국 사례를 찾아봐야지 지금 너무 감정적으로 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문제의 원인을 투기꾼으로 보고 있다. 그런 식의 생각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