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6년 개항 1부두…"매립하면 보존 완전성·진정성 훼손" 지적
부산시는 부서별로 입장 달라…아직 공식 입장조차 없어
시행자 항만공사 "해수부·부산시와 논의 중"
대한민국 첫 항구 '부산항' 난개발…유네스코 등재 물거품 우려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항구인 '부산항 1부두'가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의 난개발로 세계유산 등재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부산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는 북항 재개발 사업 구역에 포함된 부산항 1부두에는 부두를 가로지르는 도로와 1만3천㎡의 바다를 매립하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

사업시행자인 부산항만공사는 매립지를 조성해 해양문화 지구와 공공업무 용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기존 연안여객터미널 잔교를 확대하고 트램 기지 등도 만드는 방안도 나와 있다.

대한민국 첫 항구 '부산항' 난개발…유네스코 등재 물거품 우려
문제는 이런 계획이 우리나라 최초의 항구인 '부산항 1부두'의 역사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1부두는 1876년 개항한 국내 최초의 항구다.

6·25 전쟁 때는 유엔군과 유엔지원물자 입항지이고, 8·15광복 이후 100만 동포가 조국으로 귀환한 길목이기도 하다.

특히 1905년 만들어진 해안 석축(안벽)은 근대 항만 토목 구조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아직 완벽하게 남아있다.

대한민국 첫 항구 '부산항' 난개발…유네스코 등재 물거품 우려
부산시 문화유산과도 이런 역사성 때문에 1부두를 포함한 피란수도 유산을 유네스코에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7년 문화재청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조건부 선정이 되는 것까지 추진해 놓은 상태다.

문제는 지금의 계획대로 개발이 되면 유네스코 등재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앞서 시와 항만공사가 2018년 원형 보전이라는 큰 틀에서 의견을 모았음에도 부두 원형을 훼손할 수 있는 사업 계획이 나왔고, 지난해 도로 구조를 훼손을 더 줄이는 선형 형태로 바꾸기도 했지만 여전히 훼손이 많다는 것이다.

문화유산과가 작성한 '부산항 제1부두 문화재 지정 추진현황' 자료를 보면 "해수면 매립 시 완전성·진정성 훼손으로 피란수도 세계유산 등재 불가능하다"면서 "매립 재검토, 트램 차량기지 설치 재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자료에는 2018년 복천동 고분군이 주변 주택재개발로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목록에서 배제된 사례를 들며 "잘못된 사례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도 적었다.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매립으로 해양문화지구를 조성하는 것보다 역사유산을 보존했을 때의 사회적 이익이나, 재개발 사업의 성공 확률이 더 높다"면서 "세계유산 등재는 국격 상승이나 관광을 통한 경제효과뿐 아니라 도시 체질까지도 바꿀 기회"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시 내부에서도 부서별로 입장이 다르고, 다양한 외부 고려 요소로 인해 여태껏 시 공식 입장조차 없다는 것이다.

부산시 균형재생국 한 관계자는 "(부두 관통) 선형 도로와 관련 중앙교통심의가 진행되는데 이를 시기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데다, 만약 사업 계획을 바꾼다면 2022년까지 기반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립지를 분양한 돈으로 오페라하우스에 800억을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매립을 안 하면 오페라하우스 건립에도 차이가 있는 등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다"면서 "시 공식 입장은 다양한 부서의 의견을 조율해 조만간 변성완 권한대행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만공사 한 관계자는 "그동안 1부두 원형 보존을 위해 최대한 협조하고 사업변경도 했다"면서 "해수부와 부산시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