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수색 중 유해 미수습' 문제 제기하며 외교부에 정보공개청구
재판부 "수색업체와 비공개 합의는 정보공개 거부 사유 안 돼"
법원 "스텔라데이지호 수색 관련 모든 자료 가족에 공개해야"(종합)
2017년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잔해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정보 일체를 정부가 탑승 선원의 가족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스텔라데이지호 선원인 허모씨의 가족이 외교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출발해 중국으로 항해하던 중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당시 필리핀 선원 2명이 구조됐지만, 한국인 8명을 포함한 22명이 실종됐다.

외교부는 지난해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해역을 수색한 끝에 사람의 뼈로 보이는 유해 일부와 작업복으로 보이는 오렌지색 물체를 발견했으나 이를 수습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허씨 가족들은 문제를 제기하면서 심해수색 업체로부터 받은 수색 결과 보고서 등 관련 자료 일체와 업체와의 계약서, 업체와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공개하라고 외교부에 청구했다.

외교부는 수색 결과 보고서 및 업체가 선체 정밀 촬영에 관해 제안서 등에 언급한 내용 전체, 업체 제안서 평가위원회 회의록 등을 공개했다.

하지만 업체와의 계약서 및 대면 회의록과 결과 보고서, 업체와 주고받은 이메일, 업체에 용역 대금을 지급한 내역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비공개 사유로는 ▲ 용역 계약상 비공개 합의가 있었음에도 해당 정보를 공개하면 정부의 대외적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 ▲ 관련 정보 중 일부는 업체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점 ▲ 관련자들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외교부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 대상"이라며 "공공기관이 계약 상대방과 맺은 비공개 합의의 존재만으로는 정보 공개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비공개 합의만으로 정보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한다면 공공기관은 정보 공개를 회피할 목적으로 계약 내용에 비공개 합의를 넣어 정보공개법 규정을 유명무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업체와의 비공개 합의가 깨져 정부의 대외적 신뢰도가 떨어질 우려는 '불확실하고 추상적인 위험'에 불과하지만 정보 비공개로 발생할 위험은 '가까운 장래에 직면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이라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실종자 가족들이 권리 행사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사고 대응을 둘러싸고 여러 추측과 오해가 생기면서 공권력에 대한 신뢰 훼손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또 "청구 정보에 업체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불분명하고, 공개로 인해 업체가 얻을 불이익이 어느 정도인지 피고 측이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며 "업체와 외교부가 주고받은 이메일에 사생활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을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원회는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보공개법의 취지와 이번 판결에 따라 외교부의 정보공개 거부처분은 분명한 위법으로 밝혀졌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고, 국가의 위법행위에 일침을 놓은 재판부의 공정한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부는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2차 심해수색을 할 예정이고, 유해를 발견했을 때도 최선을 다해 수습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1차 심해수색이 9일 만에 중단된 후 현재까지 제대로 된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심해수색 계약서 및 관련 서류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는 "'실종 선원 생사 확인 및 사고원인 규명'이라는 입찰 공고 시 명시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심해수색업체에 대금 전액을 지급한 이유가 무엇인지, 계약 내용에 유해수습을 포함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이 의문"이라며 "외교부는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조속히 해당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