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아웃 안 되고 목숨도 하나뿐인 킬링 게임…'건즈 아킴보'
양손에 붙어있는 총으로 상대를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다.

로그아웃은 불가능하다.

분명 여분의 목숨이 없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아무리 봐도 게임 같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건즈 아킴보'는 온라인이 아닌 실제 목숨을 건 현실 게임이라는 소재를 그렸다.

마일스(다니엘 래드클리프 분)는 회사에서는 상사에게 구박을 받고 헤어진 전 여자친구의 SNS를 몰래 들여다보는 평범한 남자다.

퇴근 후 키보드만 잡으면 '워리어'로 변신하는 그는 어느 날 실제 살인을 보여주는 게임 '스키즘'에 악플을 달게 된다.

그 후 일어나보니 양손에는 총 두 개가 나사못으로 고정돼 있다.

양손에 박제된 총의 총알은 각각 50개뿐. '스키즘' 무리는 마일스를 승률 1위의 플레이어 닉스(사마라 위빙)와 대결을 붙인다.

설상가상으로 마일스의 전 여자친구 노바(나타샤 류 보르디초)까지 스키즘의 위협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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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게임이라는 설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는데 충실하다.

다만 온라인의 가상 현실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벌어지는 게임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이 또한 게임에서 꼭 이겨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도구일 뿐이다.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이나 예상 밖의 전개 대신 정말 게임 같은 연출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VR(증강현실) 게임처럼 카메라가 회전하는 장면이 많아 어지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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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묵직한 메시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너프 필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스키즘 영상을 보는 대다수가 공범이라는 메시지다.

최근의 'n번방' 사건이 떠오르기도 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 묵직한 메시지를 일종의 균형추로 사용하지는 못한다.

영화 속 스키즘은 지나치게 게임 같지만, 그 안에 영화가 넣으려고 한 메시지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모습이라 다소 괴리가 느껴진다.

이 때문에 영화는 (애초에 의도했을) B급 오락 영화의 차원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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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수룩한 수염에 오리 무늬 팬티, 곰 발 슬리퍼 그 위에 체크 가운만을 걸치고 도망치는 마일스는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만나 그 애잔할 정도의 지질함이 극대화했다.

우리에게는 '해리포터'로 잘 알려진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연기한 마일스에게는 마법 세계를 구한 영웅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존 윅'과 마찬가지로 시리즈 화를 염두에 둔 것인지 후속편을 암시하면서 마무리한다.

1편에서 총을 쏘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마일스가 점점 '아킴보'(양손에 무기를 든 사람)로 거듭나는 일종의 성장기를 그렸기 때문에 속편이 제작된다면 그의 더 큰 활약을 기대해봄 직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