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국민이 분열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을 받는 대상이 ‘소득 하위 70% 가구’로 정해지면서 상위 30% 계층은 오히려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세금의 대부분을 내는 건 상위 30%인데 이래도 되느냐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대놓고 말할 수도 없어 속앓이만 하는 실정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근로자 중 상위 30%인 560만 명이 전체 근로소득세(38조3078억원)의 94.9%(36조3541억원)를 냈다. 사업소득과 연금소득 등이 포함된 종합소득세는 비중이 97.0%에 이른다. 부가가치세 종합부동산세 등 다른 세목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들은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는 일이 거의 없다. 대부분 복지제도가 소득 상위 20~30%를 배제하는 ‘선별적 복지’로 설계돼서다. 대표적인 제도가 △기초연금(노인 중 소득 하위 70%)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 △국가장학금(기준 중위소득 200% 이하)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등이다.

이런 불공평에 익숙한 상위 30% 국민이 유독 코로나지원금에 분노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문재인 정부의 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35%→42%) 등 ‘부자 증세’ 기조로 불만이 쌓인 가운데 ②9조원을 웃도는 돈을 ③전염병 피해와 관계없이 소득 기준만 적용해 고소득층만 빼고 지급하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는 사람 따로 있고, 받는 사람 따로 있는 셈”이라며 “코로나지원금 재원 중 대부분을 소득 상위 30%가 부담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부자 증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소득 하위 70%에게는 무조건 100만원을 주고 상위 30%에게는 전혀 주지 않는 지급 방식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이 소득 상위 30%에 간신히 들어가는 가구보다 많아지는 ‘소득 역전’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막고자 소득 하위 50% 이상에 돌아가는 지원금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대한 지급액을 늘려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가로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코로나지원금을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생활 수준과 관계없이 △맞벌이 여부 △거주지 △자녀 유무 및 나이 등에 따라 지원금이 널뛰는 것도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예컨대 맞벌이를 하며 보육 비용을 지출하는 가구는 정부 지원금을 전혀 받지 못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육이 쉬운 외벌이 가구는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