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달러당 13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초반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외환 시장과 함께 증시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 영향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사례를 살펴볼 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된 이후에야 약달러 기조로 본격 전환된 만큼 외국인 매수 전환을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환율 열흘새 70원↓…외국인 증시 언제 돌아오나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7원(0.57%) 하락한 1217원40전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9일 장중 달러당 1296원까지 올랐던 환율이 10여 일 만에 1210원대까지 내려온 것이다.

이는 미국 등의 적극적인 통화 완화 및 재정정책 확대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Fed는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연 0~0.25%로 1%포인트 인하하고 24일에는 국채 등을 한도 없이 사들이는 무제한 양적 완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유동성 확대나 재정적자 편성만으로는 약달러 시대가 쉽게 오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Fed의 금리 인하 및 양적 완화 등 조치가 이뤄졌지만 외환시장이 본격적인 약달러 기조로 전환된 건 실물지표 회복이 확인된 2009년 3월 이후였다. 또 미국에서 재정적자가 확대된 1991년, 2001년, 2008년, 2018년 사례를 보더라도 경기 회복이 이뤄진 이후에야 비로소 달러가 약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여전히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며 “약달러로 전환될 때 비로소 외국인도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