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결산 증권사 26곳 가운데 약 60%인 16곳의 임직원(등기임원 제외)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별로는 부국증권의 임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맨 작년에도 '억대 연봉 잔치'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12월 결산 증권사 26곳 중 16곳은 임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었다. 임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증권사는 2017년 5개에 불과했지만 2018년 16개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증가하면서 임직원 평균 연봉도 전년 수준을 이어갔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부문이 주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6개 증권사는 전년 대비 17.8% 증가한 4조910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증권사별로는 부국증권의 임직원 평균 연봉이 지난해 1억4236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2위는 메리츠종금증권으로 1억3032만원이었다. 부국증권은 2018년 임직원 평균 연봉이 메리츠종금증권에 이어 2위였지만 지난해 1위로 올라섰다.

3위와 4위는 각각 KTB투자증권(1억2700만원)과 한양증권(1억2363억원)이 차지했다. 이들은 자기자본이 각각 5717억원과 2947억원인 중소형 증권사다. 직원들에게 유리한 인센티브 체계 덕분에 중소형 증권사 임직원이 대형사보다 높은 평균 연봉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신입 공개채용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나 이름값이 높은 ‘영업왕’을 타사에서 경력직으로 영입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구성한다”며 “영업 역량 등 개인 능력이 뛰어난 이들은 회사 규모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인센티브 조건을 보고 회사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교보증권 등 중소형사도 평균 연봉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반면 유화증권은 60명의 임직원이 평균 3844만원을 받아 이번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증권사 가운데 평균 연봉이 가장 낮았다.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 가운데는 NH투자증권의 평균 연봉이 1억23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증권사 실적에 기여도가 높은 임직원은 두둑한 연봉을 즐겼다. 일반 직원이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기업 오너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사례도 속출했다.

김진영 하이투자증권 부사장은 지난해 34억2700만원의 연봉을 받아 퇴직금을 제외한 증권가 연봉 1위에 올랐다. 그는 하이투자증권 투자금융 총괄임원으로 IB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을 이끌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PF 부문에서만 1416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31억6600만원의 상여금을 수령했다.

KTB투자증권에서는 정승용 채권영업팀 과장이 13억7800만원을 받았다. 이병철 총괄부회장(23억3900만원)과 최석종 사장(14억2200만원)에 이은 사내 연봉 3위다. 법인영업 전문가로 알려진 정 과장은 2018년에도 14억7500만원에 달하는 고연봉을 받았다. 신한금융투자에서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는 임모 전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본부장이 가장 많은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