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서로 다른 내용의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기준을 발표해 금융업계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은과 금융당국의 해묵은 불협화음이 다시 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30일 ‘바젤Ⅲ 규제 최종 이행시기 연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한은은 자료에서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바젤Ⅲ 규제체계 최종 이행 시점을 2022년 1월 1일에서 2023년 1월 1일로 1년 늦추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바젤Ⅲ는 은행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국제적 규제체계로 신용리스크 표준방법·내부등급법, 레버리지비율 규제체계, 운영리스크 규제체계, 신용가치조정 규제체계, 시장리스크 규제체계 등으로 구성됐다.

한은의 이날 보도자료 제목은 전날 금융위·금융감독원이 공동 발표한 ‘바젤Ⅲ 최종안을 2020년 2분기부터 조기 시행한다’는 보도자료 제목과 상충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자료를 통해 “바젤Ⅲ 규제 가운데 ‘신용리스크 표준방법·내부등급법’만 우선 올해 2분기에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한은과 제목은 상반되지만 세부 내용에선 다른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체 바젤Ⅲ 규제 적용 시점은 한은의 설명처럼 2023년으로 미뤄지지만 바젤Ⅲ 규제 가운데 ‘신용리스크 표준방법·내부등급법’은 올해 2분기 국내에 적용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은과 금융당국은 서로 다른 기관의 발표 내용을 자료에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속사정을 알 리 없는 일부 은행 관계자는 이날 오전까지 신용리스크 표준방법·내부등급법 적용 시점을 두고 “누구 말이 맞느냐”고 황당해했다.

일부 은행 관계자는 금융회사 규제를 관할하는 금융위·금감원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바젤Ⅲ 규제를 2023년까지 미룬다는 내용이 이미 29일 발표됐는데, 금융위와 금감원이 주무부처로서 해당 내용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익환/정소람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