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2.2%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계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2.2~-5.5%로 전망했다. 이 증권사는 종전까지 한국 성장률을 0.2~1.4%로 제시했다. 노무라증권은 “다음달에도 코로나19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 세계 금융시장이 심각한 신용경색에 직면하고 한국의 성장률은 -12.2%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글로벌 경기분석 기관들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6일 한국의 성장률을 종전 1.4%에서 0.1%로 하향 조정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0.6%로,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1.0%로 낮췄다.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는 기업 체감경기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59.3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52.0) 후 11년3개월 만의 최저치다. 매출 기준 국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18∼25일 조사한 결과다. BSI가 기준치(100)보다 낮으면 향후 경기를 비관하는 응답이 더 많다는 의미다. BSI의 전월 대비 하락 폭(25.1포인트)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28.0포인트) 후 가장 컸다.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BSI 전망치가 5개월(2008년 9월~2009년 1월)에 걸쳐 46.3포인트 떨어졌는데 이번엔 두 달 만에 32.7포인트 추락했다”며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체감경기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3150개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4월 업황 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전월 대비 17.9포인트 하락한 60.6이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4년 2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달 중소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69.6%로 집계됐다. 전월 및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0%포인트, 2.8%포인트 하락했다. 2008년 8월(69.1%) 후 최저였다.

고재연/문혜정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