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락하던 코스피가 어제 8거래일 만에 큰 폭으로 반등했고, 1300원 선을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도 3% 넘게 내렸다. 시장 분위기가 급변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데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글로벌 시장 불안이 커지면 언제 어떤 속도로 외환이 빠져나갈지 모른다. 외환보유액이 4091억달러(2월 말 기준)에 달해 당장 부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음 놓을 수도 없다. 지난 며칠간 환율이 급등한 것은 이런 우려 때문이기도 했다.

한·미 통화스와프로 금융시장의 공포감이 크게 누그러진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한·미 통화스와프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한국의 외화 유동성에 대한 나라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통화스와프 체결국가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준(準)기축통화로 여겨지는 엔화와 원화 간 통화스와프 체결은 현 시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양국관계가 악화되면서 그해 10월 종료됐다. 과거사 문제, 수출 규제, 입국 제한 등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지금의 양국관계를 감안하면 통화스와프 체결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대처에서 국제공조가 절실한 지금이 양국관계를 개선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일본 역시 경제 충격이 만만치 않은 데다 방역에서도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고 있다. 게다가 올해 도쿄 올림픽의 연기 또는 취소 주장까지 제기돼 매우 곤혹스런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이 공동 방역을 위해 협력하고 동시에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환분야 협력까지 이뤄낸다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일 양국은 내심 관계개선을 원하고 있지만 마땅히 내세울 명분이 없었던 참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제공조 필요성은 그런 명분이 되기에 충분하다. 마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스와프 체결 의지를 밝힌 것도 주목된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미국 중앙은행(Fed) 주도로 이뤄졌지만 한·일 통화스와프는 한국은행 외교부 등 우리 측이 먼저 나서 논의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환시장 안전판을 더 보강하고 꼬여 있는 한·일 관계도 복원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