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주인공…한국뮤지컬어워즈서 신인상
캐머런 매킨토시에 발탁돼 '미스 사이공' 킴으로 해외 무대
배우 김수하 "할머니 돼도 무대에 서는 배우이고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자 신인상에 양희준 오빠 이름이 불렸을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제가 상 받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했던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죠. 그리고 제 이름이 불렸는데 대학 시절과 친구들이 생각났고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막 났어요.

"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창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에서 주인공 '진'을 맡은 배우 김수하(28)가 앙코르 공연에서도 뛰어난 가창력과 매력적인 춤,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월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는 '외쳐 조선!'에 동반 출연한 양희준과 함께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날 김수하는 많이도 울었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수하는 "오빠 이름이 불려 감동해 울고 있는데 제 이름까지 불려서 정말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올해 신인상을 받았지만 따져보면 김수하는 벌써 6년 차 배우다.

2015년 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 '미스 사이공' 킴 커버(대체 배우)로 데뷔해 4년간 유럽과 일본 무대에서 활동했다.

그가 국내보다 웨스트엔드 무대에 먼저 서게 된 까닭은 뭘까.

"이유는 없었어요.

처음 일본에서 하는 '미스 사이공' 오디션을 보러 가 최종까지 갔는데, 제작사인 캐머런 매킨토시 프로덕션에서 영어로 두 곡 준비해서 영상을 찍어 보내주면 좋겠다고 했어요.

합격해 야반도주하듯 영국으로 가게 됐죠."
처음엔 '킴' 커버와 앙상블로 공연했지만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킴' 역을 꿰차고 30회 이상 웨스트엔드 무대에 섰다.

일본에서 러브콜을 받아 6개월간 공연했고,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는 영국·독일·스위스 인터내셔널 투어에 합류해 15개 도시 무대에 올랐다.

배우 김수하 "할머니 돼도 무대에 서는 배우이고파"
꼬박 4년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김수하는 지난해 돌연 귀국했다.

그리고 국내 데뷔작으로 '외쳐 조선!'을 선택했다.

이런 결정 뒤에는 '외쳐 조선!' 제작사 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대표가 있었다.

송 대표는 김수하를 영입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하고 급기야 투어 공연 중인 스위스로 향했다.

"대표님께서 공연을 보기 전에 식사 자리에서 '외쳐 조선!' 같이하고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공연도 보기 전에 그렇게 말씀하세요?'라고 했죠. 대표님이 '나는 캐머런의 선택을 믿어요' 이러는 거예요.

제가 '캐머런이 실수했을 수도 있잖아요'라고 했더니 '캐머런은 4년 동안 세 번은 실수 안 할걸요'라고 하더군요.

할 말이 없어졌죠. 믿어도 괜찮겠다 싶어 같이 하자고 했어요.

"
김수하는 처음 '미스 사이공'을 할 때 살을 깎아서 '킴'이라는 옷을 입었다고 했다.

그런 만큼 새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입에서는 '교포 발음'이 났고,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제가 원래 가진 것을 버리면서 '킴'을 했었나 봐요.

'킴'에 너무 집중했기에 '진'을 연기하는 게 힘들었죠. 작품에 누가 되기 싫었고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엄청나게 노력했습니다.

처음엔 어려웠지만 재미있게 했어요.

"
세계 최고 무대에서 4년, 그리고 국내 무대 2년. 둘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는 "처음엔 그들이 하는 건 다 멋져 보이고, 있어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다 똑같았다"고 했다.

이어 "첫 공연할 때 다들 저한테 '인조이'라고 얘기해 줬는데, 한국 같으면 '잘해'라고 얘기하잖아요.

또 영국은 어떤 한 배우보다 작품의 팬이 더 많은데, 한국은 배우 팬덤이란 게 있는 게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김수하 "할머니 돼도 무대에 서는 배우이고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묻자 "할머니가 돼서도 무대에 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또 "롤모델로 삼는 최정원 선배님처럼 나이에 맞는 역할들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활동 영역은 뮤지컬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 같다.

뮤지컬 배우로서 어릴 때부터 좋아한 '레미제라블' 속 '에포닌' 역할을 꿈꾸면서도 영화나 TV에 도전하고, 디즈니 영화 속 노래를 한국어로 녹음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연장에 관객이 많이 줄어 속상하다고 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고 마지막 공연 같단다.

"대표님은 관객이 한 명이라도 계신다면 끝까지 하실 거라고 했어요.

그래선지 공연장 안에서는 밖에 무슨 일이 있는지 까먹을 정도로 열심히 하고 관객도 반응을 잘해주세요.

이 자리를 빌려 관객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외쳐 조선!'은 다음 달 2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