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던 김승현 씨(40)는 지난달 강동구로 전셋집을 옮겼다. 직장인 광화문까지 출근시간은 20분 늘어났지만 같은 가격으로 새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어서다. 일대에 대규모 입주가 지속될 예정이어서 전세 가격이 유지될 거란 기대도 깔렸다. 이를 지켜본 김씨의 직장 동료 양호섭 씨(39)도 일산 신도시의 전셋집을 빼고 강동으로 이사했다.◆“같은 값이면 새 아파트”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발빠른 전세입자들의 강동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1만5000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 입주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공급이 일시에 몰리면서 전세 가격이 떨어지자 도심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길 원하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강동에선 지난해 여름 ‘래미안명일역솔베뉴(삼익그린맨션1차 재건축)’를 시작으로 미니 신도시급 집들이가 시작됐다. 고덕동 일대 낡은 주공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을 마치고 순차적으로 입주민을 받았다. 9월엔 4932가구 규모의 ‘고덕그라시움(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이 입주하면서 주변 전세 가격이 크게 흔들렸다. 이 시기 전세계약을 맺은 세입자들은 전용면적 84㎡ 기준 5억원 중반대에 전셋집을 구했다. 전셋집을 옮긴 김씨와 이씨도 이 같은 경우다.앞으로 전세 가격이 크게 오르면 이들은 2년 뒤 억대 웃돈을 주고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 고덕그라시움 같은 면적대 전세가격은 이미 최고 6억원 후반대까지 올랐다. 한국감정원 통계에서도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7주째 오름세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입주물량이 만만찮다.‘고덕센트럴아이파크(고덕주공5단지 재건축·1745가구)’와 ‘롯데캐슬베네루체(고덕주공7단지 재건축·1859가구)’의 입주가 연초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롯데캐슬베네루체의 경우 전용 84㎡가 1340가구로 전체의 72%를 차지해 일대 중형 면적대 전세 가격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김씨는 “계약 만기가 도래하는 시기에 다시 나올 전세공급까지 감안하면 전셋값이 크게 오를 요인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보증금을 아낀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입주 장마’는 올해와 내년 내내 이어진다. 당장 다음달엔 4057가구 규모의 ‘고덕아르테온(고덕주공3단지 재건축)’이 집들이를 한다. 9월엔 ‘고덕센트럴푸르지오(917가구)’, 내년 2월엔 ‘고덕자이(고덕주공6단지 재건축·1824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모두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을 중심으로 오밀조밀 모여 있는 단지들이다. 상일동 A공인 관계자는 “내년엔 3658가구 규모의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의 전세 만기가 도래해 지난해 입주한 단지들과 겹친다”며 “최근 전셋값 움직임은 ‘반짝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입주 폭탄’ 변수는 장특공제둔촌주공재건축도 대기 중이다. 총 1만2032가구로 단일 단지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아파트 입주를 전후로 강동 일대 전세 가격이 다시 한 번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둔촌동 B공인 관계자는 “올해 초 착공이 이뤄지면 늦어도 2023년 하반기엔 준공될 예정”이라면서 “단지 규모를 고려했을 때 세입자 모시기 경쟁이 이른 시기에 이뤄지면서 전셋값 하락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새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전셋값 하락 압력이 거세지면 세입자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 비슷한 가격에 계약을 연장하거나 인근 단지로 ‘전세 갈아타기’를 할 수 있어서다. 강동구에 줄지어 들어서는 신축 아파트는 지하철역이 가깝고 주변 학군이 뛰어난 게 장점으로 꼽힌다. 도심 단지들과 달리 명일공원과 길동공원등 녹지가 많은데다 한꺼번에 재건축이 이뤄져 주변이 잘 정비된 게 특징이다.다만 전문가들은 정책 변수로 전셋값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16 대책’을 통해 1주택자들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이 강화된 까닭이다.1주택자들이 2021년부터 집을 매각할 때 양도소득세를 줄이려면 직접 입주해 살아야 최대 40%(10년)의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 보유기간(40%·10년)과 합치면 공제율은 최대 80%다.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지난해 1만가구에 가까운 ‘헬리오시티’가 입주할 때도 장특공제 때문에 입주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했다”며 “강동 아파트는 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어 양도세를 고려한 직접 입주가 늘어날 경우 2년 뒤 전셋값은 현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고가주택 추격 매수가 감소하며 그간 상승세 점차 안정 전망"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전세가격에 대해서 과열이나 이상징후가 있는지 경계심을 갖고 보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추가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12·16 부동산대책 후속 조처와 관련, "부동산 시장을 엄중히 모니터링하고 있고, 자가 주택자보다 전세를 이용하는 분이 더 서민층이므로 전세가격 동향을 각별하게 보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그는 "지금 당장 검토하는 추가대책은 없고, 시장이 안정화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필요하면 언제든지 추가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홍 부총리는 12·16 부동산대책 발표 후 일주일 사이에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일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그는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서울의 경우 12월 이전의 모습으로, 강남 4구는 10월 이전 수준으로 복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홍 부총리는 "특히 그간 집값 상승을 견인한 9억원 초과 고가주택 상승폭의 감소가 확연하며, 9억원 이하 주택도 상승폭이 감소했다"면서 "15억원 초과 주택은 가격의 가액별 변동률이 12월 셋째 주 0.4%에서 넷째 주 0.06%로 크게 내려왔다"고 말했다.그는 "앞으로도 고가주택 추격 매수가 감소하며 그간 상승세가 점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홍 부총리는 지난 9·13대책 때도 가격 하락 효과가 약 9주 차부터 시작됐는데, 이번 대책은 그보다 더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정부는 이번 대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때까지 시장 상황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그는 "전문가들도 단순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는 등 (이번 대책이) 시장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면서 "앞으로 부동산시장점검회의 등을 통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앞서 지난 17일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내 시가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16일 발표했다.규제지역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강화는 지난 23일 시행됐다.공시가격 9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는 내년 납부분부터 강화하는 대신, 내년 상반기까지 집을 팔면 양도세 부담은 줄여주기로 했다.한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정부의 12·16 부동산대책이 나오고 일주일 만에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폭이 절반으로 둔화했지만, 전세의 경우 학군 수요가 있는 서울 강남 등지를 중심으로 상승 폭이 계속 커졌다.23일 조사 기준으로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값은 한주 새 0.10% 올라 전주 상승 폭(0.2%)보다 절반으로 줄었다.반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23%로 한 주 전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지난주에 이어 2015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