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치러진 제56회 변리사 국가자격시험에서 서울 주요 사립대 고시반 출제교수와 수험생들이 ‘짬짜미’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제56회 변리사시험의 유출 의혹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이 네 건 접수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변리사시험의 출제·채점을 관장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시험 출제자인 수도권 대학 소속 A교수가 지난해 7월 서울 주요 대학 고시반에서 ‘비공개 특강’을 하면서 수강생들을 가려내기 위해 일종의 ‘암호’를 알려줬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수험생들은 “A교수가 출제위원이라는 것은 학원가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비공개 특강을 들은 학생들을 가려내려 ‘상표의 근원적 부정한 목적’이라는 생소한 문구를 2차 논술형 시험에 쓰라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A교수는 “지난해 사립대에서 비공개 특강을 맡은 적이 전혀 없다”며 “의혹이 제기된 문구도 상표법 관련 논문에 실려 있던 문구”라고 주장했다. 다만 A교수와 산업인력공단 모두 출제위원 등록 여부에 대해서는 “기밀사항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수험생들은 동요하고 있다. 작년 6월 치러진 공인회계사 시험문제가 성균관대 고시반 모의고사와 비슷하게 출제된 전례가 있어서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출제 교수가 고시반 관계자로부터 모의고사를 전달받아 참조한 정황을 파악하고, 해당 문제를 모두 정답 처리했다.

수험생들은 “고시반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등 유명 사립대들은 국가자격시험 고시반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다수 고시반들은 시험 출제위원을 지낸 교수를 초빙해 비공개 특강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 유출이 자주 발생한다는 게 수험생들의 주장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