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전략공천에 앞서 광범위하게 여론조사를 진행하면서 원외 위원장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돌리면 지역사회에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 경쟁자 공격의 빌미가 된다는 것이다. 전략 공천을 최소화하겠단 여당 지도부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달 초부터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총선에 출마할 경우를 가정해 다양한 지역에 여론조사를 돌리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오는 14일 문재인 대통령 기자간담회 후에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8일 서울 서초갑 지역에 고 대변인이 출마할 경우를 가정해 주민 의견을 물었다. 이달 초엔 경기 의정부갑과 고양 일산 지역 등에서 조사가 실시됐다. 주로 야당 의원이 있는 지역구이거나, 민주당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광재 전 강원지사를 출마 후보군에 넣어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해당 지역 인물의 경쟁력을 알아보는 조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고 대변인의 여론조사는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이 됐다. 예를 들어 여론조사 실시 지역에서 뛰고 있는 ‘민주당 지역위원장 A씨를 알고 있는가’ ‘4월 총선에서 지지 의사가 있는가’등을 물은 뒤 야당 후보와의 경쟁력을 평가했다. 이후엔 고 대변인의 이름을 넣은 같은 질문을 던져 경쟁력을 살폈다.

원외 위원장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한 출마 후보자는 “경쟁력이 조금이라도 낮게 나올 경우 포기를 설득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언제든 전략 공천 지역이 될 수 있단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유력 후보의 여론조사 사실이 지역 사회에 알려질 경우 상대편의 공격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해당 후보를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는 일종의 ‘사인’이 된다는 것이다. 보통 여론조사가 실시되면 지역 지지자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각 당 후보들에 전달된다는 설명이다.

반론도 나온다. 수도권 지역의 한 출마 후보자는 “관심 밖에 있다가 별다른 여론조사도 없이 전략공천이 되는 것 보다는 낫다”며 “유력 후보와의 여론조사를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에서도 주요 영입인사를 공천하기 위해 다양한 여론조사를 실시했었다. 박주민 의원은 당시 경기 안산단원을과 인천 계양을, 서울 은평갑 등 여러지역에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박 의원의 지역구는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인 2016년 3월20일에서야 결정됐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박 의원의 여론조사가 실시된 지역마다 해당 지역 후보자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며 “21대 총선에서도 이런 잡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