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 스타트업과 손잡은 '한국의 계란왕'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새벽에 낳은 신선한 계란을 저녁 식탁에…"
유재흥 가농바이오 회장, 김집사와 제휴
5일부터 계란 배송 서비스
한경기사 '뭐든 다해주는 김집사' 본 뒤
직접 찾아가 "사업 같이 해보자" 제안
잠실·위례 등 10만 가구 대상 배달 시작
유재흥 가농바이오 회장, 김집사와 제휴
5일부터 계란 배송 서비스
한경기사 '뭐든 다해주는 김집사' 본 뒤
직접 찾아가 "사업 같이 해보자" 제안
잠실·위례 등 10만 가구 대상 배달 시작
닭 120만 마리가 하루 96만 개의 계란을 낳는 곳. 경기 포천 가산면에 있는 가농바이오의 국내 최대·최첨단 산란계 직영농장이다. 이 회사를 경영하는 유재흥 회장(64)에겐 20여 년간 풀지 못한 숙제가 있었다. 닭이 새벽에 낳은 가장 신선한 계란을 그날 소비자들이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것. 그의 꿈이자 숙원이었다.
계란 유통기간은 약 30일이다. 소비자들은 닭이 5~7일 전에 낳은 계란을 마트 등에서 산다. 유통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가농바이오가 자사 온라인몰과 e커머스를 통해 파는 계란도 소비자들이 받으면 ‘어제 계란’이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하루’를 줄일 수 없었다. 20년 꿈 이룬 ‘계란왕’ 유재흥 회장
지난 7월 말 유 회장은 꿈을 이뤄줄 파트너를 만났다. 한국경제신문 기사 ‘뭐든 다해주는 아파트의 김집사’(7월 27일자 A2면)를 본 뒤 김집사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주)달리자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창업 2년차인 최우석 대표(44)에게 “새벽에 낳은 최고 등급 계란을 매일 가져다줄 테니, 소비자에게 배달해 보자”고 제안했다. 달리자도 심부름 이외에 정기적으로 배달할 신선식품을 찾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서 “당장 시작하자”고 뜻을 모았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 ‘오늘계란’(사진)이 5일부터 소비자 식탁에 오른다. 미세 해조류 분말을 닭 사료에 섞어 먹여 오메가3 지방산의 함량을 높인 ‘오늘계란 DHA’가 대표 상품이다. 김집사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주문하면, 포천 농장에서 새벽에 포장한 계란이 주요 아파트단지 상가에 있는 김집사의 거점으로 즉시 배송된다. 김집사는 이 계란을 냉장 보관했다가 오후에 가정으로 배달한다. 오늘계란 배송은 서울 대치동 잠실동 문정동과 위례신도시의 대단지 아파트 약 10만 가구를 대상으로 우선 시작한다. 향후 김집사의 서비스 범위인 서울·경기 380개 단지(30만 가구)로 배송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 회장은 10년 전에도 비슷한 시도를 했다. ‘바로오늘란’이란 브랜드로 현대백화점에 공급했다. 하지만 당일 팔리지 않은 상품은 모두 ‘어제 계란’이 됐다. 유 회장은 “모바일 혁명 덕에 스타트업과 함께 꿈을 실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하는 소비자에게만 배송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경기 포천 스마트농장 하루 96만 개 계란 생산
지난 1일 계란이 생산되는 현장을 찾았다. 닭을 보려 했지만 볼 수 없었다. 계사에 들어가려면 농장 내 목욕시설에서 몸을 씻고, 속옷까지 탈의한 뒤 작업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고 했다. 대신 전 세계 농장 중 이곳에만 있는 콘크리트 지하터널로 내려갔다. 계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360여m 길이의 지하터널을 뚫었다. 6개 동의 초대형 계사에서 쏟아져 나온 계란이 3단 컨베이어벨트(총길이 770m)에 실려 검사 및 포장구역으로 옮겨진다. 새벽부터 시간당 최대 18만 개, 하루 96만 개의 계란이 이 터널을 거쳐간다.
첨단 시스템으로 생산·관리되는 이 농장에는 44년간 조류독감(AI) 등 질병이 침투하지 못했다. 완벽에 가까운 위생·방역시스템 덕분이다. 유 회장은 이 분야에서만큼은 타협하거나 양보하지 않는다. “너무 심하다”는 말까지 듣는다.
외부인 중 축산업 관계자는 더 들어가기 힘들다. 72시간 동안 다른 농장을 다녀오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유 회장은 “우리 계사를 보려면 포천 시내의 한 호텔에서 사흘간 머물러야 한다”며 “그래야 바이러스 잠복 기간이 지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농 직원들이 호텔로 찾아가 방문객들과 사우나를 한다. 속옷, 양말, 겉옷을 모두 제공한다. 이들은 가농이 제공한 차량을 타고 농장으로 이동해 몸을 또 씻고, 모든 옷을 한 번 더 갈아입는다. 유 회장은 “질병을 차단하기 위해 타협할 수 없는 철칙”이라며 “전 세계 상업농장에서 이 정도로 방역하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오메가3 등 ‘약이 되는 계란’으로 승부
가농바이오는 오랜 기간 B2B(기업 간 거래)에 집중했다. 단체급식, 식품, 제과 및 제빵, 패스트푸드 업체 등에 대량 납품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기준을 요구하는 한국맥도날드에는 15년째 공급하고 있다. 2년 전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열면서 소매시장에도 힘을 쏟기 시작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쿠팡 등에서 ‘가농 금계란 스마트에그’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분류돼 판매된다. 마켓컬리엔 뒤늦게 입점했는데도, 두 달 만에 계란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유 회장은 “닭은 좋은 사료를 먹고, 계란에 전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미세 해조류 분말을 닭 사료에 섞으면 상당량이 계란에 전이된다”고 설명했다. 미세 해조류-식물성 플랑크톤-동물성 플랑크톤-물고기-소비자로 이어지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닭에게 미세 해조류를 먹여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 회장은 “먹으면 약이 되는 계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10년 후 6개 계사에서 각각 다른 기능성 계란을 생산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포천=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계란 유통기간은 약 30일이다. 소비자들은 닭이 5~7일 전에 낳은 계란을 마트 등에서 산다. 유통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가농바이오가 자사 온라인몰과 e커머스를 통해 파는 계란도 소비자들이 받으면 ‘어제 계란’이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하루’를 줄일 수 없었다. 20년 꿈 이룬 ‘계란왕’ 유재흥 회장
지난 7월 말 유 회장은 꿈을 이뤄줄 파트너를 만났다. 한국경제신문 기사 ‘뭐든 다해주는 아파트의 김집사’(7월 27일자 A2면)를 본 뒤 김집사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주)달리자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창업 2년차인 최우석 대표(44)에게 “새벽에 낳은 최고 등급 계란을 매일 가져다줄 테니, 소비자에게 배달해 보자”고 제안했다. 달리자도 심부름 이외에 정기적으로 배달할 신선식품을 찾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서 “당장 시작하자”고 뜻을 모았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 ‘오늘계란’(사진)이 5일부터 소비자 식탁에 오른다. 미세 해조류 분말을 닭 사료에 섞어 먹여 오메가3 지방산의 함량을 높인 ‘오늘계란 DHA’가 대표 상품이다. 김집사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주문하면, 포천 농장에서 새벽에 포장한 계란이 주요 아파트단지 상가에 있는 김집사의 거점으로 즉시 배송된다. 김집사는 이 계란을 냉장 보관했다가 오후에 가정으로 배달한다. 오늘계란 배송은 서울 대치동 잠실동 문정동과 위례신도시의 대단지 아파트 약 10만 가구를 대상으로 우선 시작한다. 향후 김집사의 서비스 범위인 서울·경기 380개 단지(30만 가구)로 배송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 회장은 10년 전에도 비슷한 시도를 했다. ‘바로오늘란’이란 브랜드로 현대백화점에 공급했다. 하지만 당일 팔리지 않은 상품은 모두 ‘어제 계란’이 됐다. 유 회장은 “모바일 혁명 덕에 스타트업과 함께 꿈을 실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하는 소비자에게만 배송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경기 포천 스마트농장 하루 96만 개 계란 생산
지난 1일 계란이 생산되는 현장을 찾았다. 닭을 보려 했지만 볼 수 없었다. 계사에 들어가려면 농장 내 목욕시설에서 몸을 씻고, 속옷까지 탈의한 뒤 작업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고 했다. 대신 전 세계 농장 중 이곳에만 있는 콘크리트 지하터널로 내려갔다. 계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360여m 길이의 지하터널을 뚫었다. 6개 동의 초대형 계사에서 쏟아져 나온 계란이 3단 컨베이어벨트(총길이 770m)에 실려 검사 및 포장구역으로 옮겨진다. 새벽부터 시간당 최대 18만 개, 하루 96만 개의 계란이 이 터널을 거쳐간다.
첨단 시스템으로 생산·관리되는 이 농장에는 44년간 조류독감(AI) 등 질병이 침투하지 못했다. 완벽에 가까운 위생·방역시스템 덕분이다. 유 회장은 이 분야에서만큼은 타협하거나 양보하지 않는다. “너무 심하다”는 말까지 듣는다.
외부인 중 축산업 관계자는 더 들어가기 힘들다. 72시간 동안 다른 농장을 다녀오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유 회장은 “우리 계사를 보려면 포천 시내의 한 호텔에서 사흘간 머물러야 한다”며 “그래야 바이러스 잠복 기간이 지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농 직원들이 호텔로 찾아가 방문객들과 사우나를 한다. 속옷, 양말, 겉옷을 모두 제공한다. 이들은 가농이 제공한 차량을 타고 농장으로 이동해 몸을 또 씻고, 모든 옷을 한 번 더 갈아입는다. 유 회장은 “질병을 차단하기 위해 타협할 수 없는 철칙”이라며 “전 세계 상업농장에서 이 정도로 방역하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오메가3 등 ‘약이 되는 계란’으로 승부
가농바이오는 오랜 기간 B2B(기업 간 거래)에 집중했다. 단체급식, 식품, 제과 및 제빵, 패스트푸드 업체 등에 대량 납품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기준을 요구하는 한국맥도날드에는 15년째 공급하고 있다. 2년 전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열면서 소매시장에도 힘을 쏟기 시작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쿠팡 등에서 ‘가농 금계란 스마트에그’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분류돼 판매된다. 마켓컬리엔 뒤늦게 입점했는데도, 두 달 만에 계란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유 회장은 “닭은 좋은 사료를 먹고, 계란에 전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미세 해조류 분말을 닭 사료에 섞으면 상당량이 계란에 전이된다”고 설명했다. 미세 해조류-식물성 플랑크톤-동물성 플랑크톤-물고기-소비자로 이어지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닭에게 미세 해조류를 먹여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 회장은 “먹으면 약이 되는 계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10년 후 6개 계사에서 각각 다른 기능성 계란을 생산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포천=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