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서술형 문제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술식 등 새로운 수능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오지선다형 수능을 미래 역량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는 교육계 고위 인사들의 최근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도입 방안까지 나오고 있어 이번 정부에서 ‘서술형 수능’ 도입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행 규정상 올해 대입제도의 틀을 바꾸면 현재 중학교 2학년이 시험을 치르는 2024학년도부터 적용할 수 있다.
"대입 정시 확대론 한계"…與 '서술형 수능' 검토
“객관식 수능으로는 평가에 한계”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민주당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는 서술형 수능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교육 공정성 관련 문제를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됐다. 여당 의원들과 교육계 전문가들이 모여 매주 회의를 열고, 그 결과를 교육부 등과 공유하고 있다.

특위가 고민하고 있는 서술형 수능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기존 객관식 수능에 짧은 단어나 구(句), 문장으로 대답하는 주관식 항목을 추가하는 방법이 첫 번째다.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IB) 형식의 시험을 객관식 수능과 별도로 한 번 더 치르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시행된 지 20년이 넘은 객관식 위주 수능으로는 평가에 한계가 있다는 게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시대 변화의 흐름에 맞게 개편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관식 문항을 자동으로 채점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개발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7년 ‘한국어 서답형(주관식) 문항 자동채점 프로그램’을 개발해 특허를 따냈다. 단어나 구 수준의 답을 요구하는 문항에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채점의 정확도가 거의 100%에 수렴한다는 게 평가원의 설명이다. 특위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1차 채점 후 2차 검수를 사람이 맡으면 정확도가 높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IB를 도입한다면 문제 출제는 국가에서 하고, 채점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험생이 지원한 각 대학이 맡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평가 공정성 담보 어렵다”

교육부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오지선다형 수능은 미래 교육에 맞지 않는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미래 교육과정에 맞는 평가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한다면 수능 문제 유형이 달라질 수 있다”고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절차에 들어가기 전 국가교육회의에 수능 체제 개편 방향으로 논술·서술형 도입을 제시하기도 했다.

교육계에서는 서술형 수능 도입을 올바른 방향으로 보고 있지만 채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과 과도한 비용 문제 등을 우려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단답형 주관식 문항으로는 학생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력 등을 평가하기에 역부족이고, IB를 도입하기에는 채점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술형 수능의 도입이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