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소비 쪼그라들고 '재정 약발' 떨어져…"이대로면 올 1.8% 성장"
재정지출 2분기에만 '반짝 효과'…민간경기 회복도 '미미'
설비·건설투자 추락 '직격탄'…성장률 예상치 크게 밑돌아
4분기 1% 넘겨야 年 2%대…재정여력 줄어 사실상 불가능
올 3분기 성장률(0.4%)은 시장 추정치(0.5~0.6%)를 밑돈다. 성장률이 추정치보다 낮아진 것은 건설투자의 이례적 부진 영향이다. 아파트 건설과 공장, 물류창고, 댐, 교량 등을 아우르는 건설투자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5.2%로 나타났다. 공장에 들어가는 기계류 등의 투자를 가리키는 설비투자도 부진했다. 증가율이 전분기(3.2%)를 크게 밑도는 0.5%에 그쳤다. 투자 흐름을 작년 동기와 견줘보면 부진한 양상이 한층 두드러진다.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0%, 설비투자는 2.7%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두 지표는 2018년 2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투자 지표는 지난해 2분기부터 동시에 나빠지면서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현금을 움켜쥔 채 투자를 주저한 결과 설비투자와 공장·창고 등 건설투자가 동시에 위축됐다”며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 등을 강화한 영향으로 아파트 등 건설투자 지표도 악화됐다”고 말했다.
투자 감소는 고용과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기업이 고용을 주저하면서 가계의 소비여력도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1분위(소득하위 20%) 가구의 올 2분기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5.3% 줄었다. 지난해 1분기부터 6분기 연속 감소세다. 이 같은 여파로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1%로 간신히 0%를 넘어서는 데 그쳤다.
“재정 투입으로는 경기 지탱 한계”
3분기 성장률 참사는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대폭 줄어든 영향도 크다. 지난 2분기는 수출이 크게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대거 재정을 풀어 경기를 지탱했다. 2분기 성장률(1.0%)을 경제주체별 기여도로 나눠보면 민간이 0.2%포인트 깎아먹는 동안 정부가 1.2%포인트 기여했다. 정부의 ‘돈 풀기’로 그나마 플러스 성장을 했다는 의미다. 291조원의 올해 사업 예산 가운데 43%인 125조원을 2분기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3분기에는 상대적으로 지출 규모가 확 줄면서 정부 기여도가 떨어졌다. 0.4%의 성장률 가운데 정부와 민간이 각각 0.2%포인트를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분기에 정부 성장기여도가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3분기 성장률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투자 소비 등 거시경제 지표들이 부진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2%대 성장률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평가하고 있다. 연간 성장률이 2%대를 기록하려면 4분기에 1% 이상 성장해야 한다. 4분기 성장률이 0.6~1.0%면 연간 1.9%, 0.4~0.5%면 1.8%에 그치게 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수출 경기 회복세도 미약하다”며 “경기 둔화세가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성장률이 2%대에 미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올해 2%대 성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제정책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7년에 3%대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불과 2년 만에 위기 때나 보던 1%대 성장률을 경험하고 있다”며 “경제에 가장 부정적 영향을 주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한 정책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익환/고경봉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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