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추정치를 밑도는 0.4%에 그치면서 올해 ‘2%대 성장’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3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추정치를 밑도는 0.4%에 그치면서 올해 ‘2%대 성장’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한국 경제의 ‘2%대 성장률’은 국민과 정부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해외 충격과 경제위기가 닥칠 때는 2% 성장률이 깨졌다’는 인식과 경험 때문이다. 금융·외환위기 충격이 없는 올해 2%를 밑도는 성장률이 유력해진 배경에는 ‘투자 쇼크’가 자리 잡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산된 데다 소득주도성장 등의 경제정책 부담 여파로 설비·건설투자가 꽁꽁 얼어붙었다.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고용과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투자·소비 쪼그라들고 '재정 약발' 떨어져…"이대로면 올 1.8% 성장"
설비·건설투자 6분기 연속 감소

올 3분기 성장률(0.4%)은 시장 추정치(0.5~0.6%)를 밑돈다. 성장률이 추정치보다 낮아진 것은 건설투자의 이례적 부진 영향이다. 아파트 건설과 공장, 물류창고, 댐, 교량 등을 아우르는 건설투자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5.2%로 나타났다. 공장에 들어가는 기계류 등의 투자를 가리키는 설비투자도 부진했다. 증가율이 전분기(3.2%)를 크게 밑도는 0.5%에 그쳤다. 투자 흐름을 작년 동기와 견줘보면 부진한 양상이 한층 두드러진다.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0%, 설비투자는 2.7%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두 지표는 2018년 2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투자 지표는 지난해 2분기부터 동시에 나빠지면서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현금을 움켜쥔 채 투자를 주저한 결과 설비투자와 공장·창고 등 건설투자가 동시에 위축됐다”며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 등을 강화한 영향으로 아파트 등 건설투자 지표도 악화됐다”고 말했다.

투자 감소는 고용과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기업이 고용을 주저하면서 가계의 소비여력도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1분위(소득하위 20%) 가구의 올 2분기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5.3% 줄었다. 지난해 1분기부터 6분기 연속 감소세다. 이 같은 여파로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1%로 간신히 0%를 넘어서는 데 그쳤다.

“재정 투입으로는 경기 지탱 한계”

3분기 성장률 참사는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대폭 줄어든 영향도 크다. 지난 2분기는 수출이 크게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대거 재정을 풀어 경기를 지탱했다. 2분기 성장률(1.0%)을 경제주체별 기여도로 나눠보면 민간이 0.2%포인트 깎아먹는 동안 정부가 1.2%포인트 기여했다. 정부의 ‘돈 풀기’로 그나마 플러스 성장을 했다는 의미다. 291조원의 올해 사업 예산 가운데 43%인 125조원을 2분기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3분기에는 상대적으로 지출 규모가 확 줄면서 정부 기여도가 떨어졌다. 0.4%의 성장률 가운데 정부와 민간이 각각 0.2%포인트를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분기에 정부 성장기여도가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3분기 성장률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투자 소비 등 거시경제 지표들이 부진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2%대 성장률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평가하고 있다. 연간 성장률이 2%대를 기록하려면 4분기에 1% 이상 성장해야 한다. 4분기 성장률이 0.6~1.0%면 연간 1.9%, 0.4~0.5%면 1.8%에 그치게 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수출 경기 회복세도 미약하다”며 “경기 둔화세가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성장률이 2%대에 미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올해 2%대 성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제정책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7년에 3%대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불과 2년 만에 위기 때나 보던 1%대 성장률을 경험하고 있다”며 “경제에 가장 부정적 영향을 주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한 정책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익환/고경봉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