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께 일반분양 예정인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당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소급 적용 대상에 들었으나 정부의 6개월 유예 방침에 따라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둔촌주공조합 제공
내년 2월께 일반분양 예정인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당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소급 적용 대상에 들었으나 정부의 6개월 유예 방침에 따라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둔촌주공조합 제공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 발표 2개월여 만에 국무회의 의결을 마쳤다. 이달 말께 관련 법이 공포·시행되면 구체적인 대상 지역을 지정해 강도 높은 분양가 관리에 들어가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준비 마친 분양가 상한제

22일 오전 정부는 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등을 포함한 안건 33건을 심의·의결했다. 주택법 시행령은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근거가 되는 법령이다. 이날 국무회의 의결로 이달 말께 공포·시행된다. 국토교통부는 상한제의 토대가 완성된 만큼 다음달 초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적용 지역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그동안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왔다.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택지의 경우 상한제 지정 요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이번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정 요건을 기존보다 크게 완화한 게 골자다. 국토부는 상한제 지정 필수 요건을 종전 ‘3개월 동안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바꿨다. 서울 전역과 세종, 경기 과천, 광명, 하남,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 전국 31곳이 사정권에 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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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요건과 함께 충족해야 하는 선택 요건도 개정됐다. ‘1년 동안 분앙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이란 기준의 경우 최근 분양이 없었던 지역은 보다 광범위한 지역의 통계를 활용하도록 변경됐다. 청약경쟁률과 주택거래량 등 나머지 요건은 유지됐다. 필수 요건과 함께 세 가지 선택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는 지역은 언제든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선정될 수 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31곳은 모두 상한제 적용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이번 개정안은 재개발·재건축단지에 대한 소급 적용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종전 시행령은 상한제가 시행되더라도 이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적용을 제외하도록 단서를 뒀다. 그러나 바뀐 법령은 상한제 시행 시점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내지 않은 단지에 모두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전에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받았더라도 이주와 철거가 지연돼 일반분양이 늦어진다면 소급 적용되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8월만 해도 “국민의 주거 안정이란 공익이 조합원의 기대이익보다 크다”면서 논란을 피해갔다. 그러나 서울 강남권 재건축조합들이 가두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이 격해지자 이달 초 ‘6개월 유예’ 카드를 꺼내면서 한 발 물러섰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주택법 개정안 시행 6개월 이내(내년 4월 말)에 입주자모집공고를 내면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규정은 기존대로 적용된다. 정비사업이 아닌 일반 개발사업의 경우 유예 기간 없이 곧바로 상한제 대상이 된다.

상한제 적용 지역은 기존 시·군·구 단위가 아닌 동별 단위 지정을 추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분양가 관리 회피를 위해 ‘꼼수 후분양’을 하는 단지가 많은 시·군·구부터 우선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이라며 “공급 위축 등 부작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동(洞)별로 핀셋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을 비롯한 비강남권 일부 지역이 사정권에 든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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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제한·의무거주…“부작용 우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보다 긴 전매제한 규제를 받는다. 현재 서울 민간택지 일반 아파트의 경우 소유권이전등기 때까지 전매가 제한된다. 하지만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최장 10년 동안 되팔 수 없다. 분양가가 시세의 100% 이상일 때 5년, 80~100%일 때 8년, 80% 미만인 경우 10년이다. 전매제한 기간 동안 이사나 해외체류, 이혼 등으로 불가피하게 집을 매각해야 할 때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우선 매입한다. LH는 이를 통해 매입한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우선 공급하고 필요에 따라 수급조절 용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거주의무기간을 두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난달 말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처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도 분양가 수준에 따라 최장 5년의 거주의무를 강제하는 게 핵심이다. 다만 국토부는 공공택지보다 짧은 2~3년 안팎의 의무기간을 두는 방향으로 향후 관련 제도를 고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거주의무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과 이 법의 시행령은 최초 입주가능일부터 90일 이내 입주한 뒤 거주의무기간을 채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파트 준공 직후부터 입주해 의무기간을 충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이 같은 규정을 준용해 적용한다면 상한제를 적용받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신축 아파트 전세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수급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분양가 산정의 근간이 되는 택지비 산정기준은 이미 착수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지난 8월 말 ‘공동주택 분양가 산정 등에 관한 규칙’을 입법예고했다. 아파트의 택지비를 산정할 때 한국감정원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 게 골자다. 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 적정 이윤을 합친 금액으로 아파트 분양가격을 제한하는데 여기서 택지비의 비중이 가장 높다. 분양가를 결정할 요인으로서의 변수도 크다. 정비업계는 정부가 원가 산정 단계부터 개입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청약시장 과열과 전세가격 급등 등 여러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가 규제도 연속해서 꺼낼 것으로 예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예상보다 넓은 지역을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선정할 수 있다”며 “채권입찰제 도입이나 재건축 연한 40년 환원,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등 추가 규제가 총선 이후 연속해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안혜원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