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를 계기로 드러나고 있는 대학교수들의 논문부정 행위가 끝이 없다. 미성년 자녀와 지인 자녀 이름을 허위등재한 사례가 그제 하루에만 245건 확인됐다. 5월 조사 때의 549건을 합하면 최근 6개월간 들통난 연구부정 사례가 총 794건이다.

짐작은 있었지만 예상을 크게 웃도는 규모라는 점에서 당혹스럽다. 가장 엄정해야 할 학술논문을 둘러싼 뒷거래가 광범위하고, 가장 공정해야 할 대학입시가 불공정으로 얼룩지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부정수법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중학교 1학년 자녀이름을 저자로 올리는가 하면, 허위등재한 ‘논문 스펙’으로 자녀 두 명을 대학에 진학시키기도 했다. 명문대로 불리는 소위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부정 규모나 죄질에서 더 심각하다는 점은 좌절감을 증폭시킨다. 지식사회 최상층부가 ‘부패 카르텔’을 주도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국 학계의 대외신뢰도와 국격을 추락시키는 일인데도 대학의 대처는 한심스럽다. 여러 대학이 논문 부정을 은폐하는 데 급급하다. 조국 사태의 한복판에 자리한 서울대와 고려대는 ‘대학 공정성 포럼’을 열고 ‘윤리헌장’을 발표했지만 진상조사 요구는 외면하고 있어 ‘쇼’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지경이 되도록 내부고발도, 쇄신 의지도 안 보인다는 사실에서 대학의 타락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교육부의 의지도 의심스럽다. “예외 없이 엄정 조치하겠다”고 엄포를 놓지만 대부분 경징계에 그치고 있다. 논문 부정은 ‘연구윤리 위반’이라는 점잖은 말로 표현되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사기에 가깝다. 그 때문에 어떤 청춘은 기회를 박탈당하고, 다른 누군가는 인생을 그르칠 수도 있다. 뼈를 깎는 자기쇄신 없는 대학들이 ‘지성의 전당’을 자처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