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근로시간 단축, 기업 어려움 잘알아…탄력근로제 노력해달라"
경제단체장들, 규제 개혁·화평법 등 건의…日수출규제·ILO 핵심협약 논의도
文대통령 "세계경기 하강 빨라…제조업 비중 큰 나라들 어려움 겪어"

문재인 대통령은 4일 경제단체장들을 만나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를 제안하면서 국제사회의 참여 속에 남북 경제협력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직후 이런 언급이 나와 한층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또 최근 경제상황에서 느끼는 어려움에 대한 기업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특히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언급도 내놨다.

文대통령, 경제인들과 개성공단 논의…"52시간제 보완책 마련"(종합2보)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초청해 약 2시간 동안 오찬 간담회를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정부가 바뀌어도 개성공단에 유턴한 기업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나"라며 단체장들의 의견을 구했다.

이에 김기문 회장은 "한국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기업까지 개성공단에 들어온다면 신뢰가 쌓여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을 내놓으면서,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평화협력지구를 지정하고 DMZ 내 유엔기구 및 평화·생태·문화기구 유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 측에서는 오찬 직후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다국적기업이 참여하는 공단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소개했으나, 이후 외국기업 관련 발언은 김 회장이 한 것이라고 바로잡는 해프닝도 있었다.

文대통령, 경제인들과 개성공단 논의…"52시간제 보완책 마련"(종합2보)
주 52시간 근무제 등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김기문 회장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300인 미만 기업 근로시간 52시간제 시행관련 보완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도 기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조만간 의견을 구하겠다.

다만 탄력근로제 등 법 통과를 위해 재계, 경제단체들도 국회와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기업들의 애로를 해소할 방안이 있을지, 적극행정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이 있을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과 경제인들은 미·중 무역분쟁과 수출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환경, 규제샌드박스 등 규제완화 문제, 정부의 적극 행정, 중소기업 육성정책, 유턴기업 지원 정책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특히 일본 수출규제 문제와 관련한 대응책에 머리를 맞댔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두고도 논의가 오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자리의 목적은 경제계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 하강이 국제기구나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각 나라 모두 경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 수출 비중이 큰 나라들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 대해 하시고 싶은 말씀들을 편하게 들려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제단체장들은 화학물질의 등록·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각종 규제 개혁, 한일관계 등에 대해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박용만 회장은 "거시적인 결과로 나오는 숫자들은 일부 관리가 되는 것 같은데 성장의 과정·내용을 보면 민간 경제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하다"면서 "업종 전환 등이 늦어져 경제의 신진대사가 떨어져 있다.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규제 혁파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박 회장은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인 규제 샌드박스의 신청창구 확대, 산업계가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꼽는 서비스산업발전법의 조속한 입법 시행 등에 대해서도 건의했다.

박 회장은 "규제 샌드박스 신청 창구를 정부뿐 아니라 민간 채널로 확대하고, 서비스법 개정에 시간이 걸린다면 정부가 시행령·시행규칙으로 풀 수 있는 내용들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달 열린 한일경제인회의를 언급하며 "앞으로 한국과 일본 기업 간 교류는 적극적으로 이어질 것이므로 양국 정부가 교섭을 잘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건의했다.

김기문 회장은 "정부의 조사와 현장과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주 52시간 관련 중소기업의 56%가 준비가 안된 것으로 조사됐는데, 노동부는 39%만 준비가 안돼 있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또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시행에 필요한 컨설팅 비용도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몇천만원이 소요되는데, 환경부는 200만∼300만원만 소요된다고 한다"며 현장과 정부의 인식차가 많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단체장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관련한 내용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참석자들은 소규모 간담회를 통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가능한 만큼 이런 기회를 자주 갖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