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존경한다고?" 흔들리는 오정세에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이유
"뭐? 네가 나한테 기대를 했어?"

배우 오정세가 '동백꽃 필 무렵' 찌질한 진상 노규태 역으로 이 시대 남성들의 공감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집에서는 변호사인 아내 자영(염혜란 분)에게 무시당하고 밖에서는 허세를 부리고 싶다가도 땅콩 한 접시에 격노해 유치해지는 노규태. 늘 마음이 공허한 그는 동백(공효진 분)에게 찝적대려고 두루치기집 '까멜리아'를 드나들다 종업원 향미(손담비 분)의 "나는 사장님 존경하는데"라는 말에 영혼까지 송두리째 흔들리고 만다.

그러는 동안 동백은 건물주인 자영으로부터 규태와 수상한 사이로 오해받아 가게 계약해지 위기에 놓인다.

동백은 까멜리아를 찾은 규태에게 "가게 비워달라는 말은 들었는데. 사장님은 단골이고 하니까 다를까 하고 기대했다"라고 했다. 그 한마디에 또 다시 귀가 번쩍 뜨인 규태는 "뭐? 네가 나한테 기대를 했어?"라며 반색하며 그의 손목을 잡는다. 향미와 수상스키를 타고 온 뒤 뭔가 낚였다는 느낌에 불길해 하던 규태는 "조금만 살갑게 대해주지 그랬냐"며 동백에게 푸념도 늘어놓는다.

자영에게 차가운 냉대만 받던 그이니만큼 자신을 존경했다거나 기대감을 품었다는 사소한 말 한마디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마음을 홀랑 뺏기고 녹아버리고 만다.

옹산의 차기 군수를 노릴만큼 권력욕은 있지만 카톡 프로필에 '니즈'를 '리즈'라고 잘못 썼다가 자영에게 발로 차이며 무시당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웃픔'이 뭔지 제대로 느끼게 된다. 당장 프로필 수정부터 하라는 자영에게 "당신은 날 존경하지도 않지?"라고 던지는 한 마디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건 어쩌면 유치하면서도 아주 사소한 무엇일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준다.

다양한 인간 군상의 로맨스와 스릴러까지 배합된 '동백꽃 필 무렵'는 연기 구멍이 없다는 평가만큼이나 수목극 시청률 강자로 떠올랐다. 주연 공효진X강하늘의 케미도 돋보이지만 노규태 역의 오정세 또한 마음이 공허한 남성들이 어디까지 허세와 찌질함을 겸비할 수 있는지 그 짠내나는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줘 공감을 산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