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보완책을 내놨다. 아파트 건설 최종안(案)인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거나 신청한 단지에 한해 내년 4월까지 입주자 모집을 완료하는 조건으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유예해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적용 대상지역을 이달 말 지정하되 동(洞) 단위로 최소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을 뒤늦게라도 일부 반영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소급 적용에 대한 반발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빗발쳤지만 분양가 상한제 강행을 고집하던 국토교통부가 한시적 유예로 ‘한발’ 물러선 것은 그만큼 주택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지난 8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 이후 ‘공급 절벽’ 우려가 확산되면서 서울 한강변의 신축 아파트 가격이 3.3㎡당 1억원을 돌파하는 등 서울 집값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숱한 전문가들이 경고했지만 국토부만 인정하지 않았던 각종 부작용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유보하는 미봉책만으로는 불붙은 시장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주택 공급효과가 정부 기대만큼 크지 않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유예를 적용받아 공급될 최대 물량을 서울 6만8000가구로 예상하고 있다. 이주와 철거에만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아 실제 물량은 2만여 가구에 불과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유예 종료 이후에는 한꺼번에 분양을 서둘렀던 단지들의 공급이 끝나 ‘공급 절벽’이 더 깊어질 가능성도 높다. 그때 가서 지금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정부는 가격 개입으로 시장 통제와 집값 안정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버려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시행하기도 전에 부작용이 속출하는 분양가 상한제를 유예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철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