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취업 선호 직장군(群)으로 대기업이 공기업을 제치고 3년 만에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4년제 대학 재학생·졸업생 34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한경연은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대기업에 다녀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청년들의 민간기업 선호도가 높아진 사실은 반갑지만, 그 배경에 대해선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공기업이 그동안 ‘1순위’ 직장으로 꼽힌 것은 정년보장 등 안정적 고용에다 급여도 웬만큼 받아서다. 그런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기업 직장인들도 ‘저녁 있는 삶’을 누리게 됐다. 공기업 못지않게 근무여건이 편해졌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최대 수혜자가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게 괜한 소리가 아니다. 정부가 정년 연장까지 추진한다고 하니 선호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대기업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한경연이 주요 대기업(131개사)의 올해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줄인다’는 기업이 33.6%에 달했다. 온갖 악재에 휩싸여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의 여파로 수출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신산업 규제 완화는 지지부진하고, 노동·환경 규제 등 반기업 정책이 쏟아지는데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겠는가.

젊은이들이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활력이 살아나고 기업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면 청년들도 과감히 도전에 나설 것이다. 기업들의 모험정신도 되살려야 한다. 기업 경영을 옥죄고 기업인들을 교도소 담장 위에 올려놓는 규제를 걷어내지 않으면 기업가 정신은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