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 부동산시장의 핵심 축이 5호선 라인에서 2호선 라인으로 바뀌고 있다. 지하철 2호선 라인인 아현~이대~신촌역을 따라 5400여 가구에 달하는 신축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도심 속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어서다. 내선 순환인 2호선의 선호도가 높은 데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 예고에 따른 새 아파트 쏠림 현상이 맞물려 애오개~공덕~마포역을 잇는 5호선 라인 아파트값을 따라잡고 있다.
2호선 주변에 들어서는 신규 입주(분양)·재개발 아파트
2호선 주변에 들어서는 신규 입주(분양)·재개발 아파트
5호선에서 2호선, 마포 중심축 바뀌나

마포 부동산시장은 신축 단지가 주도하고 있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마포의 2호선(아현~이대~신촌)을 따라 앞으로 5376가구에 달하는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공급 축소의 반사이익을 받아 이 일대 아파트 분양·입주권 가격은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14억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주로 30~40대 신혼부부나 중산층이 찾는 분위기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이대역세권의 대흥동 ‘신촌 그랑자이’는 지난 7월 전용 84㎡ 분양권이 13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찍었다. 호가는 14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신촌 J공인 관계자는 “가격 상승 기대로 매물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대역 주변으로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호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역 인근 ‘마포 프레스티지자이(2021년 3월 입주)’ 분양권도 지난 7월 13억43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신촌역 인근 신수동 ‘신촌숲 아이파크’ 분양권은 지난 8월 13억3566만원에 실거래 등재가 완료되면서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한동안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마포 일대 아파트값을 견인한 기존 5호선 라인 시세는 정체되는 모양새다. 애오개역 인근 아현동 ‘아현아이파크’ 전용 84㎡는 11억9000만원에 거래돼 2호선 신축 아파트와 차이를 보였다. 인근 ‘공덕자이’의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 6월 13억원에 거래됐다. 마포의 새 2호선 라인 단지와 최대 5000만원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공덕 C공인 관계자는 “이대·신촌역 쪽으로 브랜드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5호선 라인 아파트는 준공 시기가 상대적으로 오래된 터라 애오개역과 인접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단지를 제외하고는 집값 상승세가 정체된 상태”라고 말했다.

5호선 밀어낸 2호선…마포 핵심축으로 떴다
북아현 뉴타운 등 재개발 활발

전문가들은 확장성이 큰 2호선을 따라 신축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일대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내선순환인 2호선은 시청, 을지로, 강남 테헤란로 등의 업무지구 및 연남동, 합정동 등 상업지역, 연세대, 이대, 한양대, 홍익대 등 대학가를 두루 관통하고 있어 5호선에 비해 수요층이 두터운 노선으로 꼽힌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마포구는 북아현 뉴타운 등 재개발이 꾸준히 이뤄지는 지역”이라며 “강남과 강북의 상업지구를 아우르는 2호선 지하철 프리미엄을 받아 하반기에도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5호선 라인의 정비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반면 2호선 라인의 정비사업은 진행형이기도 하다. 아현역과 인접한 서대문구에 2017년 1910가구 규모의 ‘e편한세상 신촌’ 아파트가 들어섰고, 그 뒤쪽으로는 1226가구 규모의 ‘힐스테이트신촌’이 내년 8월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 ‘기생충’ 촬영지로 잘 알려진 마포구 마지막 알짜 재개발 지역 ‘아현 1구역’(충정로역 일대)도 최근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 있다.

서대문구 ‘북아현 뉴타운’ 가운데 북아현 2, 3구역도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다. 6~7년 뒤 두 개의 뉴타운 사업이 완료되면 마포구는 아현역과 충정로역을 따라 6800여 가구의 미니 신도시급 아파트촌으로 변모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종로, 을지로 등 도심에 오피스텔이 많이 들어섰지만 대형 단지들이 없어 마포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라며 “황금노선인 2호선 지하철 효과와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30~40대 젊은 층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