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적선동 적선현대빌딩에서 취임 후 추진할 정책에 대한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출소한 아동성범죄자를 전담 보호관찰관이 1 대 1로 밀착해 지도·감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적선동 적선현대빌딩에서 취임 후 추진할 정책에 대한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출소한 아동성범죄자를 전담 보호관찰관이 1 대 1로 밀착해 지도·감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대학 부정 입학’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외국어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8년 조 후보자 딸이 한 영어 논문의 제1 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활용해 2010학년 고려대 수시전형에서 ‘프리패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20일 “조 후보자 딸이 논문의 주저자로 등재될 만큼 연구에 기여했는지와 함께 논문을 대학 입학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했는지 확인 중”이라며 “부정 입학한 혐의가 드러나면 조 후보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 딸 조모씨(28)는 논문 등재 2년 만인 2010년 3월 수시전형을 통해 고려대 이공계 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부정입학 의혹…황제 장학금 특혜 논란 확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28)를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당시 두 차례 유급을 당했는데도 1200만원가량의 장학금을 받아 ‘황제 장학금’ 논란이 제기된 데 이어 2주간의 인턴으로 대학병리학회지에 등재된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려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조씨가 해당 논문을 대학 입시에도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정 입학’ 논란까지 나오고 있다.

조국 딸, 유학 간다며 '논문 1저자' 된 후 스펙 활용해 고려대 합격
2주 인턴으로 논문 제1저자 등재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조씨는 한영외고에 재학 중이던 2008년 충남 천안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으로 일하며 연구소의 실험에 참여했다. 이후 단국대 의대 장모 교수를 책임저자로 2008년 12월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논문은 이듬해 학회지에 정식 등재됐다.

전문가들은 고등학생 신분인 조씨가 2주간 인턴으로 일하면서 제1저자로 해당 주제로 논문을 쓴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제1저자는 실험과 논문의 주도자로 인정돼 학회지에 등재되면 연구 실적에서 다른 공동저자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다. 장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조씨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 조 후보자가 누군지도 몰랐다”면서도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녀 엄마들 사이에서는 왕래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외국 대학에 진학하려 한다고 해 이력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학술지 등재를 도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씨는 이를 활용해 고려대에 진학했다.

조씨는 고3 때인 2009년에도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실에서 3주간 인턴을 하며 제3저자로 ‘홍조식물 유전자 분석’ 논문을 썼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조씨는 단국대 인턴 면접 때와 마찬가지로 어머니 정모씨와 함께 연구실을 찾았다. 정씨는 인턴 면접관이었던 공주대 교수와 서울대 재학시절 천문학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한 사이다.

교육부의 연구부정 논문 검증이 부실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육부는 대학 내 연구부정행위를 색출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학 연구논문을 전수조사해 2007년 이후 미성년자를 공저자로 등재한 대학교수들의 논문 410건을 찾아냈다. 하지만 조 후보자 딸인 조씨의 논문은 해당 사례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의 소속이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로 돼 있어 미성년 논문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했다는 게 단국대 측 설명이다.

3년간 1200만원 장학금 특혜 의혹도

조씨는 논문이 등재된 뒤 1년이 지난 2010년 3월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에 수시전형으로 입학했다. 그는 수시전형 때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중 장학금 수여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15년 부산대 의전원에 진학한 조씨는 두 차례 성적 미달로 유급됐지만 6학기 연속으로 총 1200만원가량의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학금은 조씨의 지도교수인 A교수가 개인적으로 만든 ‘소천장학회’에서 지급했다. A교수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2회에 걸쳐 7명에게 장학금을 줬다. 2016년 이후에는 조씨에게만 장학금을 몰아줬다. A교수는 지난 6월 부산의료원장에 임명됐다.

하헌형/박종관/정의진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