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남부의 핵심 교통망 사업인 ‘인덕원~동탄선’과 ‘월곶~판교선’을 둘러싸고 부실설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건설공사 사업자를 선정했으나, 입찰에 참여했던 건설회사들이 “낙찰된 설계안은 안전운행에 필요한 폭과 높이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의의를 제기하고 있어서다. 철도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만큼 착공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월곶~판교선' 부실설계 논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제1공구 및 월곶~판교 복선전철 8공구’ 건설공사의 사업자로 SK건설 컨소시엄을 지난 1일 선정했다. 해당 설계안은 지난달 25일 열린 설계심의에서 ‘적격’ 판정을 받은 뒤 건축한계를 위반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들은 “제대로 해명도 하지 않은 채 낙찰을 진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설계 재평가를 요청하는 이의신청서를 공단에 제출했다.

건축한계는 철도차량이 고속으로 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 등을 감안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치로, 철도건설규칙 등에 따라 정해진다. 동탄~인덕원 1공구에서 공단이 제시한 건축한계는 높이 4800㎜다. SK건설 컨소시엄은 이를 4650㎜로 설계했다. 월곶~판교 구간 역시 입찰안내서에는 건축한계의 너비를 3800㎜로 제시했지만 이보다 200㎜ 부족한 3600㎜로 설계했다.

전문가들은 입찰안내서에 나온 건축한계 기준을 지키지 않은 설계안이 적격 판정받은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철도시설공단은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서 수치를 준용해 입찰안내서를 작성했다. 이 안내서에는 ‘구축한계 등 선형설계를 안내서 및 계획서에서 제시한 기준 이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속 250㎞의 고속전철이 투입될 예정인 월곶~판교 구간은 ‘건축한계 3600㎜에 시속 250㎞를 적용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3800㎜를 적용해야 한다’고까지 돼 있다.

한 설계업체 전문가는 “건축한계 등을 무시한 채 시공이 이뤄지면 여유공간이 부족해 철도차량이 승강장 플랫폼 또는 상부 슬래브와 부딪치는 등 대형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기본계획에서 1차로 구조물 계획을 수립했으며 입찰참여 회사가 최적의 설계를 할 수 있다”며 “해당 기본설계를 하더라도 열차안전운행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