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받지 않는 재량근로제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증권사 내에서 대표적인 ‘밤샘근무’ 부서로 꼽히는 투자은행(IB) 부문과 해외주식 부문은 그대로 주 52시간제를 적용받는다. 글로벌 IB들이 한국 내 주요 인력을 홍콩 등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인력 이탈 조짐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31일 고시 개정을 거쳐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에 ‘금융투자분석(애널리스트)’과 ‘투자자산운용(펀드매니저)’을 추가했다. 재량근로제는 업무 성격상 근로자 재량이 중시되는 경우 주 52시간제를 적용받지 않고 노사 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지난달 기준으로 국내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로 등록된 사람은 각각 1029명, 1만6074명이다. 이 가운데 실제로 활동 중인 인력은 5500~6000명으로 추정된다.

고용부는 그동안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를 연구개발(R&D)과 신문·방송, 광고, 법무·회계·노무관리 등 12개로 정했다. 이번 고시 개정으로 대상 업무가 14개로 늘어났다. 앞서 지난 6월까지 1년간 주 52시간제 적용을 유예받았던 금융업계는 7월 들어 유예기간이 만료되자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IB 종사자 등이 재량근로제를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IB 등의 재량근로제 적용이 무산되자 IB 부문과 해외주식 부문 임직원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 직군은 해외 거래가 많은 데다 거래에 따라 근무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52시간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았다. 상대해야 할 국내 기업의 직원들이 근무시간 제한에 걸리는 점도 업무에 적잖은 지장을 준다는 지적이다. 벌써부터 일부 공기업은 해외 채권 발행을 위한 기업설명회 일정을 잡을 때 주말을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의 주식·채권 발행을 담당하는 IB 부문 직원은 이전보다 짧은 시간 동안 업무를 몰아서 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한 외국계 IB 임원은 “밤낮없이 고객을 만나고 거래 구조 개발에 골몰하는 IB업계 종사자로선 주 52시간을 준수하는 게 쉽지 않다”며 “국내 직원 일부를 홍콩지점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의 해외주식 운용부서 임원은 “해외 금융회사 직원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거래해야 하는데 이런 업무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익환/김진성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