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 집단이 지주회사를 설립하면 제공했던 세제혜택을 2022년부터 없애기로 했다. 외환위기 이후 지주사 설립을 장려해왔던 정부의 정책 방향이 180도 바뀌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아직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삼성그룹 등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5일 발표한 ‘2019년 세법 개정안’에서 “지주사 설립·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이연해주고 있는데 2022년부터 이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대신 세금을 4년 거치 후 3년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대기업 집단에 각종 혜택을 줬다. 당시 대기업의 연쇄 부도 사태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주사 설립이나 전환을 위해 주주가 주식을 현물출자하면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지주사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이연해줬다. 이같은 세제혜택에 힘입어 LG·SK·롯데·GS·CJ그룹 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민단체에서 “지주사 체제가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장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세제혜택을 주면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작년 2월 보고서에서 “지주사 제도가 도입된지 20년이 되는 지금까지 세제혜택을 계속 줄 필요가 없다”며 “기재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세법 개정을 통해 특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긴밀히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 역시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용역 보고서에서 “한국은 지주사가 총수 일가에 의해 지배되고 있어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고, 공정위는 이를 바탕으로 “지주사 전환 장려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기재부는 작년 세법 개정 당시 시민단체와 공정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주사에 대한 세제혜택을 연장했다. 하지만 결국 1년 만에 이를 없애는 쪽으로 돌아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에만 있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겸영 금지) 등의 규제는 그대로 두고 혜택만 폐지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업은 10년 후를 내다보고 경영계획을 짜야 하는데 정부가 정책을 한순간에 바꿔버리면 경영에 큰 차질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