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드라마 제작업체 스튜디오드래곤 얘기다. 25일 코스닥시장에서 스튜디오드래곤은 3000원(4.53%) 떨어진 6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년 내 최저가다. 7월 들어 7.59% 떨어졌다. 상반기까지 9만~10만원대 사이를 오가다 하반기 들어 6만~7만원 박스권에 갇힌 모양새다.

1년 최저가 쓴 스튜디오드래곤…향후 전망은?
지난 6월부터 방영했던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가 5%대 시청률로 부진하며 주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는 게 그동안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드라마 제작 본업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졌다는 것이다.

1년 최저가 쓴 스튜디오드래곤…향후 전망은?
하지만 아스달연대기 후속작인 ‘호텔 델루나’ ‘검블유’ ‘왓쳐’ 등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음에도 주가는 오히려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제작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결국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스튜디오드래곤의 24일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32.45배로 3개월 전 38.75배에 비해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성장성에 따른 상승여력을 제한하고 있다”며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단기간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주의 성장성이 분명한 만큼 기다릴 때라는 관측도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스튜디오드래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동기 대비 47.8% 늘어난 108억원이다.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3.0% 늘어난 531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의 대표격인 넷플릭스에서 스튜디오드래곤 드라마가 글로벌 동시 방영되고 있는데 일반 드라마 판매가 많아졌고 장르도 다양화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디즈니를 포함한 후발 OTT 플랫폼들의 자체 서비스가 본격화하면서 판매가격 협상력이 커질 것”이라며 “판매가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세를 기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2분기 실적 발표 후 급락했던 넷플릭스가 회복세로 돌아선 점도 콘텐츠주에 대한 장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OTT산업이 커지면 콘텐츠주도 덩달아 성장하기 때문이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18일(현지시간) 2분기 가입자 순증세가 꺾였다는 소식에 4거래일 만에 15.21% 급락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전일 대비 3.46% 오르며 반등세를 보였다. OTT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밸류에이션 부담을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