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김동진 부장판사)는 25일 폭스바겐, 아우디 차주 123명이 폴크스바겐그룹,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딜러 회사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소송에서 "차량 매매 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다"며 원고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업체들이 79명의 차주에게 각각 156만∼538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폭스바겐그룹은 불법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처리 장치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조작한 것이 2015년 미국에서 처음 드러나면서 전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이들은 최대 40배가 넘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대신 연비 등 성능이 향상된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소비자들은 2015년 9월부터 회사를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냈고, 이후 소송을 낸 소비자들은 수천명에 이른다. 소비자들은 "업체들이 적은 배출가스로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휘발유 차량보다 연비는 2배가량 좋다고 광고해 이를 믿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동종의 휘발유 차량보다 고가에 차량을 사게 했다"고 주장하며 차량 매매계약 자체를 무효로 하고 대금을 반환하라고 요구해왔다.
재판부는 폭스바겐그룹과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등에는 표시광고위반 책임이, 딜러 회사들에는 하자담보책임이 있어 소비자들의 재산적 손해 및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친환경성', '고연비성' 등을 내용으로 한 피고 폴크스바겐그룹 등의 광고는 거짓·과장성, 기만성이 있어 소비자들을 오인시키고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광고에 해당한다"며 "원고들의 차량 구매 선택에 영향을 줬으니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자동차는 디자인이나 상표 가치 측면에서 볼 때 소비자로서 향유하는 '사용가치'의 만족도가 중요시된다"며 "피고 측의 미흡한 대응으로 소비자들은 상표 가치에 수반되는 만족감을 향유하지 못했고, 이는 리콜 조치만으로 회복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차량의 하자가 매매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고, 피고들의 불법 행위가 원고들의 차량 구매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계약 취소 등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딜러들에 대해서는 "원고들이 구매한 차량이 관련 법규상의 기준을 충족하는 적합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통상적이고 필수적인 사항"이라며 "하지만 이 차들은 법 위반 요소가 있어 본래 갖추어야 할 품질을 갖추지 못한 매물에 해당하므로 하자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2013년 8월 13일 표시광고법이 개정된 후 차량을 구매한 원고들에게만 적용된다. 재판부는 "표시광고법 개정 전에 차량을 구매한 원고들은 구 표시광고법을 적용받는다"며 "구 표시광고법에 따르면 표시·광고에 관한 시정조치 명령이 확정되기 전에는 재판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데 아직 명령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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