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는 금융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고속성장했다. 금융위원회는 2011년 말 한국형 헤지펀드를 출범시킨 뒤 모험자본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큰손’ 자금으로 조성된 사모펀드를 밀어줘야 혁신위험을 감내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실상은 헤지펀드 자금이 코스닥 ‘머니게임’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험자본 투자하랬더니…좀비기업에 '몰빵'
라임자산운용을 둘러싼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은 코스닥 한계기업으로 구성된 기형적인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비롯됐다. 라임운용은 대체투자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코스닥 한계기업들에 집중 투자했다. 기업가치는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실제 라임자산운용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대규모로 인수한 상장사 32곳(5% 지분 공시 대상) 가운데 24곳(75%)이 적자회사(지난해 연결 순이익 기준)다.

주식이 아니라 CB에 투자할 경우 상장폐지 리스크만 피하면 된다고 보고 조단위 자금으로 쓸어담은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CB 전환가격이 하향조정(리픽싱)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보다 수익을 낼 확률이 높다.

라임운용을 비롯한 헤지펀드 자금이 밀려들면서 코스닥시장 메자닌(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 발행 규모는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지난해 CB·BW 발행 규모는 5조7267억원으로 한 해 전(3조5820억원)보다 59.8% 급증했다. 올해 발행 규모는 23일 기준 3조3034억원에 이른다.

한 펀드매니저는 “라임운용은 코스닥 CB의 경우 기업가치가 떨어져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고 사채업자보다 더 공격적으로 CB를 인수했다”며 “제도권 운용사가 코스닥 머니게임의 최전선에 뛰어든 격”이라고 꼬집었다.

한 운용사 컴플라이언스본부장은 “코스닥 한계기업 CB는 공정평가 자체가 어렵고 불투명해 정상적인 시장에선 거래가 거의 되지 않는다”며 “파생거래로 레버리지까지 일으켜 코스닥 한계기업 CB를 무차별적으로 인수한 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