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계산업,협력기업과 선도기업 간 수직적 관계 개선 필요
부산 남구 문현동에 있는 한국은행 부산본부 모습.한국은행 제공.

부산지역의 협력기업과 선도기업 간 수직적 관계가 강하게 나타나는 원인을 파악하고, 부산지역 기계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기업규모 확대, 개방적 거래구조 확산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선도기업의 수요독점적 지위에 따른 협력기업의 협상력 약화, 선도기업의 수익극대화 관행을 개선해야 협력기업과 선도기업 간의 균형잡힌 관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부산본부(본부장 차현진)과 남종석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연구교수는 23일 ‘부산지역 기계산업 거래네트워크와 기업 경영성과’란 공동조사연구를 한 결과 협력기업과 선도기업 간의 관계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책을 이같이 제시했다.

한국은행과 부경대는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금융 및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하고,기업간 인수합병 등의 금융․제도적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지자체․전문가․학계를 중심으로 협력기업간 수평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연구개발 및 기술 확산도 필요하고,주요 지원기관의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한 정보공유, 공동마케팅 행사 등 해외 판매경로 개척도 지원해야한다고 제시했다.

연구자들은 협력기업은 선도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려는 성향을 극복하는 동시에 선도기업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제품다양화와 기술개발 투자를 강화하고 해외 공동판매경로 개척을 통해 독자적 수요처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결과, 부산지역 기계산업의 경영성과 추이를 보면, 총요소생산성은 대체로 상승하는 모습이나 매출액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은 2010년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부산지역 기계산업을 보면 대기업(중견기업 포함) 비중이 0.9%에 불과해 다른 지역에 비해 낮고, 소기업 및 소상공인 비중은 89.1%로 전국(88.6%)에 비해 높았다.

거래네트워크에 따른 기업유형별로 보면, 협력기업(86.4%) 비중이 비협력기업(13.6%) 보다 높았다.협력기업 내에서는 1차 협력기업(51.4%), 2차 협력기업(19.9%), 3차 협력기업(15.1%) 순이었다.1차 협력기업 대부분은 경남 및 울산 소재 선도기업에 중간재를 납품했다.1차 협력기업이 중간재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업종은 조선산업이며, 그 다음으로 기계, 건설, 철강금속산업 순이었다.

부산지역 기계산업은 타 지역 제조업과는 달리 협력기업과 비협력기업간 경영성과의 의미있는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전국 제조업에서는 협력기업의 총요소생산성 및 영업이익률이 비협력기업 보다 높게 나타났다.생산성과 성장성면에서 거래네트워크 참여유무가 의미있는 결과를 주지 않았다. 수익성면에서는 오히려 협력기업이 더 낮았다.이는 협력기업이 거래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선도기업과의 거래네트워크에 참여하지만 선도기업과의 수직적 관계에 따라 낮은 수익성을 감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연구자들은 분석했다.

거래네트워크 참여기업의 선도기업에 대한 전속성이 높을수록 경영성과가 낮았다.관계특수적 제품을 공급해 협상력이 낮은 특수목적용 기계산업에서 거래단계의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성장성과 수익성이 낮아졌다.결과적으로 부산지역 기계산업은 선도기업과 제휴를 통해 협력기업이 얻는 이익이 크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기계산업이 전후방 산업연관효과가 크고 다른 산업의 경쟁력에 핵심적인 토대가 되는 뿌리산업으로 지역 제조업에서도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부산지역 기계산업 경영성과에 대한 실증연구는 미흡한 점을 개선하게 위해 실시됐다.연구는 부산지역 기계산업에서 선도기업과의 협력관계(거래네트워크) 유무에 따른 경영성과를 분석하고 부산지역 기계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경영성과 개선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